상장사들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에 나서고 있다. 다음 달로 다가온 지주회사 요건 상향 조정 기준을 피하기 위해서다. 지주사 전환으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체제를 강화하고 가업승계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BGF리테일은 최근 주권 재상장 예비심사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편의점과 투자 사업 부문을 분할해 편의점 부문을 신설법인 BGF리테일로 재상장하기 위해서다. 존속회사인 투자 부문은 BGF로 변경 상장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BGF리테일의 분할 재상장 신청으로 올해 상장사 인적·물적 분할은 30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42건의 71.4%에 달한다. 30건 가운데 6건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이다.
지난해 9월 지주회사 자산 요건을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직후 상장사 지주사 전환이 증가했다.
요건 상향 발표 후 현재까지 총 12개사가 지주사 전환에 착수했다. 지난해 말부터 전환 작업을 개시한 현대중공업, 경동홀딩스 등은 이미 분할 후 재상장을 완료했다.
이처럼 상장사 인적분할이 이어지는 것은 다음 달 시행을 앞둔 지주사 자산 요건 상향 때문이다. 지주사로 지정되면 전환 과정에서 현물출자, 주식교환 등으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법인세 과세를 지분 매도 때까지 연기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다. 법 개정 전까지는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과정에서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사업회사 신주와 교환해 지배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자산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 뒤늦게 지주사 전환에 나서는 것도 결국 자사주 의결권을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분할 재상장을 마친 기업이더라도 아직 지주사 요건을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기업이 있는 만큼 주가 흐름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가 분할 후 재상장 기업에 관심을 갖는 것도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주식 공개 매수를 기대해서다. 실제 지난 5일 지주사 매일홀딩스와 유가공 사업회사 매일유업으로 각각 변경상장, 재상장한 매일유업 자사주는 7.6%에 불과하다. 지주사 요건에 따라 상장 자회사 지분 20%를 보유해야 하는 만큼 지주사 공개 매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매일홀딩스는 앞으로 상장 자회사인 매일유업 지분을 최소 20% 보유해야하기 때문에 공개매수, 대주주 지분 스왑 등이 예상된다”며 “당분간 사업회사 주가가 강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