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력반도체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새로운 공정과 구조의 소자 개발을 앞당겨 전력반도체 상용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방욱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력반도체연구센터장은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기술 개발을 선도해 온 과학기술인이다. KERI에서 16년간 전력반도체 연구에 매진해 '고효율 신소재 SiC전력반도체'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고효율 신소재 SiC 전력반도체는 지난해 메이플세미컨덕터에 기술 이전해 현재 상용화 과정을 밟고 있다. 착수 기술료 11억5000만원과 추가 매출액 대비 런닝 로열티까지 전력반도체 기술 이전 사상 최대 규모다.
방 센터장은 “전기자동차 구동 전력변환장치에서 산업용 모터 전원공급장치, 대용량 전력계통용 전력변환장치 대부분이 SiC 전력반도체로 대체될 것”이라면서 “향후 수십년 동안 전력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도 자리잡게 될 것”이라 자신했다.
전력반도체는 전압과 전류를 조절하는 반도체다. SiC 전력반도체를 전기차에 적용하면 반도체 자체도 고효율일 뿐 아니라 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냉각장치의 무게와 부피를 줄일 수 있어 5% 이상의 연비(에너지효율) 향상을 안겨준다.
같은 두께 실리콘에 비해 약 10배 전압을 견뎌낼 수 있고 두께가 줄어든 만큼 전기저항과 전력손실은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선진국 반도체기업도 최근에야 기술개발에 성공해 상품화했을 정도로 설계 및 공정이 매우 어렵다.
“대학시절 SiC 전력반도체를 개발하면 각 지역에 있는 변전소를 자그마한 방 크기 정도로 축소할 수 있다는 말에 매력을 느꼈다. SiC는 실리콘과 달리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당시 대부분 메모리반도체 연구에 관심이 많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 분야였지만 언젠가는 널리 사용될 거라 믿고 시작했다.”
고온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전력손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KERI SiC 전력반도체는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국가연구개발(R&D) 우수성과 100선'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2015년 출연(연) 10대 우수성과'에 선정됐다.
방 센터장 현재 목표는 전기자동차용 SiC 전력반도체 상용화다. 내년까지 기술이전 기업과 다이오드와 모스펫 소자 생산을 완료해 SiC 전력반도체를 양산하고 2020년 전기자동차용 전력변환장치에 SiC 전력반도체를 실제 적용한다는 목표다.
그는 “국내 SiC 전력반도체 산업이 자리를 잡은 후에는 SiC보다 더 뛰어난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소재 기반 전력반도체 개발에 착수할 계획”이라 말했다.
한편 SiC 전력반도체 세계 시장은 2015년 기준 2억1000만달러(약 2500억원) 규모다. 2020년에는 10억9500만달러(약 1조2590억원)로 5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응용 분야 중에서도 자동차용 SiC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2020년 자동차용 시장 규모는 2억7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