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광화문수첩]文 대통령 시정연설에 쏠린 눈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달을 넘기면서 중대 고비를 맞았다. 김상조·강경화·김이수 후보자가 아직 국회 청문회 턱을 넘지 못한 가운데 추가경정예산안,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꼼짝없이 묶인 형국이다.

문 대통령은 경색 국면에 놓인 정국의 돌파구로 12일 시정연설에 나선다. 취임 후 처음이다. 시정연설은 정부 예산 편성이나 정책에 대한 입장과 국정 운영방향 등을 설명하는 자리다. 주로 야당 이해와 여론 협조를 구하는 카드로 활용한다.

문 대통령이 서둘러 시정연설을 자청한 것은 일자리 추경예산 편성의 시급성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국회에 11조2000억원 규모 일자리 추경예산안을 제출했다.

야당 반응은 쌀쌀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편성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세금으로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한다는 것 외엔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새 정부에서 강조하는 경제 위기에 부합되는 실효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자리 대통령'을 선언한 문 대통령에게 추경안 통과는 1순위 과제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추경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어떻게 투입할지는 물론이고, 추경이 일자리 창출의 근원적인 대책으로 이어지도록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는 한계가 있다.

문 대통령은 답보 상태인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문제도 시정연설을 계기로 풀어야 한다. 이날 국회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김이수 후보자는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불가론'과 연계돼 청문보고서 채택도 불투명하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문 대통령이 이날까지 보고서를 채택해 송부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사실상 데드라인이다. 이는 12일 이후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최후통첩 성격도 짙다.

강 후보자를 그대로 임명하면 새 정부와 야당과의 관계는 급랭할 것이다. 추경 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논의는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 산적한 외교 현안에 야당 협치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진다.


대통령과 여야, 그리고 인사 후보자에게 이날은 '운명의 월요일'이다. 정치권의 눈과 귀가 문 대통령의 입에 쏠린다. '빅딜' '허니문 선물'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온다. 이날 문 대통령이 야권의 호응을 얼마나 끌어낼지에 따라 정국의 운명은 크게 갈릴 것이다. 얽힌 협치의 실타래를 푸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성현희 기자
성현희 기자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