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으로 문재인 정부 '1기 경제팀'이 12일 반쪽 형태로 불안한 출발을 한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 철학인 '소득주도성장'과 선제 조건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부 경제 정책이 수립된다. 김 부총리와 손발을 맞출 경제 부처 후속 인사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어 기대 보다 우려가 크다.
◇추경안 통과가 첫 과제…경제정책방향·세법개정안서 계획 구체화
김동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추가경정예산안 국회 통과다.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 하면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은 시작부터 제동이 걸린다.
김 부총리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지만 취임식은 15일로 미뤘다. 공식 업무 첫 날인 12일 국회를 찾아 추경안 처리를 당부할 방침이다. 그만큼 추경안 통과가 시급한 현안이라는 판단이다. 이날 문 대통령도 국회에서 추경 관련 시정연설을 한다.
정부는 지난 7일 11조2000억원 규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공무원 1만2000명 추가 채용 등 총 11만개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정부와 여당은 6월 임시국회 때 추경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지만 야당 반대가 만만치 않다. 김동연 경제팀의 '협상력'이 추경안 통과 여부를 좌우할 변수로 떠올랐다. 경제 정책은 이달 말 발표하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다음 달 공개가 예상되는 '2017년도 세법개정안'에서 구체화할 전망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김 부총리의 '사람 중심 경제' 철학이 반영된 세부 경제 정책도 윤곽이 드러난다. 김 부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람이 중심이 돼 지속해서 성장하는 경제를 중점 정책 목표로 제시하고자 한다”면서 “일자리 확대와 양극화 해소를 바탕으로 성장 잠재력 확충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기 위한 내수 활성화 방안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2.6%에서 2.8~3.0%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세법개정안에서는 증세 관련 명확한 정책 방향을 밝힌다. 당장 법인세 인상 등을 추진하지는 않는 대신 비과세, 감면 정비를 통한 실효세율 제고 방안을 도출한다.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명목세율 인상은 재원 조달 필요성, 기업의 실효세 부담, 국제경쟁력 등을 종합 감안해 필요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발 없이 출범한 1기 경제팀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끌 수장이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당청의 표정은 무겁다. 김 부총리와 손발을 맞출 내각 구성이 난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중국 경제 둔화, 미국 금리 인상 등 대외 위험요인에 노출됐다. 전통 주력 산업인 조선·해운 등의 구조조정, 저출산·고령화 등 대내 당면 과제도 쌓여있다.
경제팀이 일체가 돼 위기를 극복해야 하지만 핵심 경제 부처 수장 인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 부총리보다 닷새 먼저 인사청문회를 거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는 지난 7일 회동에서 입장을 조율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12일 보고서 채택을 다시 논의한다.
앞서 청와대는 김상조 후보자를 김동연 부총리와 함께 새 정부 국정 철학을 정책으로 풀어 낼 핵심 축으로 낙점했다.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통 목표 실현을 위해 김 부총리와 김상조 후보자는 각각 '당근'과 '채찍'이라는 다른 수단으로 정책 균형을 맞출 것으로 기대됐다.
김 부총리는 기업에 대한 규제 일변도 접근보다 일자리 창출 주역으로서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일자리는 궁극적으로 민간에서 생겨야 하고 결국 기업이 제대로 하게끔 북돋아야 한다”면서 “불공정 관행은 고쳐야 하지만 기업 '기 살리기'나 구조개혁, 생산성 문제가 같이 발전해야 하는 만큼 균형 잡힌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답했다.
김상조 후보자는 김 부총리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초점은 재벌의 편법 지배구조와 상속, 대물림 등 불공정 관행의 개선에 맞췄다.
핵심 경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사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미래부, 산업부 장관 인선은 11일 인사발표에서도 빠졌다. 중기벤처부 장관은 정부조직법 국회 통과 후에나 가능하다.
강경화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기점으로 청와대 인사에 대한 야권의 견제가 심해졌다. 후속 인사 또한 '청문회 정국' 장기화로 난맥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후보자에게 부적합한 결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한 '묻지마 낙마'는 발목잡기로 여겨질 수 있다”면서 “조속한 정부 구성을 위해서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야당의 넓은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