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해 19만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한국전력공사는 조환익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보상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한국전력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50분께부터 서울 구로구·금천구·관악구 등 서남부 일대와 경기 광명시, 시흥시에서 정전사고가 일어났다.
한전은 '비상' 상황을 발령하고 긴급복구상황실을 설치해 사고 복구에 나섰다. 문제가 발생한 영서변전소 대신 신양재변전소로 우회해 전력을 공급했다. 오후 1시 15분께 복구를 완료했다.
변전소는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의 전압을 변환하는 시설이다. 영서변전소는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동작구 대방동, 영등포구 대림동, 신길동, 구로구 산업단지, 경기도 시흥시, 광명시의 전력 공급, 송전, 변전, 정보통신 설비 운영을 담당한다.
한전은 정전 원인에 대해 “영서변전소 개폐장치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11일 오후 현재 밝혀지지 않았다.
정전사고로 피해가 속출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서울 시내에서 승강기(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구조 요청은 8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실제 출동해 구조한 것은 66건이다. 변압기에서 불꽃이 튀어 들어온 신고도 2건이었다. 비상 발전기 가동을 화재로 오인해 출동한 사례도 6건 있었다.
소방당국은 차량 96대와 인력 382명을 투입해 구조 작업을 벌였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찾은 시민이 승강기에 갇혀 119 구조를 요청하는 등 혼란을 겪었다. 한 시민은 호흡곤란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이 황급히 밖으로 빠져나가느라 소란이 빚어졌다. 건물 내 웨딩홀 예식도 차질을 빚었다.
가산 롯데시네마 등 영화관에서도 영화 상영이 중단돼 고객 환불 요청이 이어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는 이날 낮 12시 50분부터 1시 40분까지 피해 신고 230여건이 접수됐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에도 실제 출동 30여 건을 포함해 모두 180여건 이상 신고가 들어왔다.
조환익 한전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정전의 모든 책임은 한전에 있으며 일요일 휴식과 여가를 갖던 시민에게 막심한 피해를 드린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상황실을 계속 운영해 복구 및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이로 인한 시민이나 영업장 등에 대한 피해는 신속하게 보상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사장은 “기계설비 이상은 정밀히 조사해 재발 방지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확한 고장 원인을 찾은 것은 아니어서 재발 우려도 따르고 있다. 정전 피해를 입은 경기도 광명2동의 한 시민은 “정전이 짧게 끝나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불안하다”면서 “또 다른 사고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명확한 원인을 밝히고 재발을 방지해 달라”고 말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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