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파일럿용 잉크젯 프린팅 장비를 도입, 차세대 TV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선다. 차세대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나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삼성은 지금까지 대형 TV에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탑재를 고수해 왔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종합기술원과 삼성디스플레이가 파일럿용 잉크젯 프린팅 장비 1대를 발주했다. 새로 발주한 파일럿 장비는 55인치 한 장 크기를 제조할 수 있는 작은 규격이다. LCD 패널은 현재 8세대 유리 기판에서 55인치를 한꺼번에 6장을 생산하고 있다
55인치 한 장을 생산하는 잉크젯 프린팅 장비는 최근 중국 BOE도 도입했다. 한 번에 55인치 규격 한 장을 찍어내기 때문에 연구개발(R&D)은 물론 소량 생산에 유리하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TV 패널 기술로 QLED(QD-LED)를 앞세웠지만 재료, 발광 구조 등 전반에 걸쳐 아직 많은 R&D를 수행돼야 한다. QLED는 OLED와 발광층, 수송층 등 전체 구조는 비슷하지만 유기물 대신 무기물인 양자점(QD·퀀텀닷)을 적용하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QD를 R&D하는 삼성종합기술원 관계자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QLED는 구조가 OLED와 비슷하지만 유기물을 전체 재료로 사용하는 OLED와 달리 발광층에 무기물인 QD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기물과 유기물의 상호 작용을 최적화하는 게 숙제”라면서 “기술 난도가 높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종합기술원은 2002년에 QD R&D를 시작하면서 QLED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2011년까지 연구를 지속했지만 이후 중단했다. 그 대신 카드뮴 없는 QD를 연구하고 상용화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차세대 TV 디스플레이 기술로 QLED 연구를 재개했다.
업계는 삼성이 55인치용 파일럿 잉크젯 프린팅 장비 반입을 결정한 것을 두고 해석이 엇갈렸다. 스마트폰용 OLED 생산에 집중해 온 삼성디스플레이가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사용, OLED TV 패널 사업 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QLED TV 패널 개발용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QD가 용액 형태 재료이기 때문에 QLED 패널을 생산하려면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필수다. 그동안 내부에서 소형 QLED R&D를 해 왔지만 대형 55인치로 범위를 확대, 연구를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중소형 플렉시블 OLED에 집중 투자하고 있어 차세대 대형 패널 기술 확보에는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대형 TV 패널 기술을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