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스팅어'는 출시 전부터 '가장 빠른 국산차'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주행성능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9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과 최고 속도 시속 270㎞는 국산 양산차에서 볼 수 없었다.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그랜드 투어러(GT)'인 만큼 고속 주행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일반 세단보다 적었다. BMW에서 고성능 라인업 'M' 연구개발을 총괄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부사장 손길이 느껴지는 세팅이었다.
스팅어 3.3 터보 GT AWD를 타고 서울 광장동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산까지 편도 85㎞ 구간을 시승했다. 시승 차량이 스팅어 중에서도 가장 성능이 뛰어난 3.3 터보 GT AWD 모델인 만큼, 주행구간도 고속도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번 시승은 기아차가 강조하는 '숫자' 만큼 실제 주행성능도 뛰어난지를 알아보는 데 집중했다.
스팅어는 전장 4830㎜, 전폭 1870㎜, 전고 1400㎜ 크기를 갖췄다. 전장은 K5보다 25㎜ 짧고 전고는 K7보다 70㎜ 낮다. 덕분에 차체가 제원상 수치보다 커 보인다. 기아차가 경쟁 차종으로 내세우는 BMW 4시리즈 그란쿠페, 아우디 A5 스포츠백보다 전장, 전폭, 전고 모든 부분에서 크다.
스팅어는 디자인부터 지금까지 국산차와는 달랐다. 낮은 차체와 짧은 오버행(앞뒤 차축에서 차량 끝단까지 거리), 긴 휠베이스, 패스트백(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부분이 각이 지지 않고 완만하게 이어진 형태) 스타일 등 디자인 하나하나가 주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전면부는 호랑이코 형상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렵한 이미지 헤드램프로 강렬한 인상을 연출했다. 낮고 긴 후드는 스포츠카같은 느낌마저 들게 했다. 범퍼에 적용된 대형 에어 인테이크(공기흡입구)와 공기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에어로 펜더 가니시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기능성을 동시에 구현했다.
측면부는 긴 보닛에 앞쪽 오버행을 짧게 빼고 뒤는 길게 만들어 차체가 전체적으로 낮게 깔린 듯한 느낌을 준다.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인상이다. 특히 패스트백 형식 지붕라인은 아우디 A5 스포트백보다 무게감 있게 처리했다. 후면부 곡선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와 타원형 듀얼 트윈 머플러는 스팅어가 고성능 차량임을 보여줬다.
스팅어는 항공기 한쪽 날개를 형상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크래시 패드, 시인성을 높인 플로팅 타입 디스플레이, 항공기 엔진을 닮은 스포크 타입의 원형 에어벤트 등 역동적인 주행 감성을 실내 인테리어에도 적용했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반광 크롬 재질과 스티치(손바느질)가 적용된 나파가죽 시트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다.
앞좌석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운전자 중심적인 설계가 적용됐다. 세미 버킷시트는 운전자를 꽉 잡아줘서 주행에 흔들림을 방지해줬다. 센터페시아(중앙조작부분)에는 플로팅 타입 8인치 디스플레이와 송풍구, 버튼이 계단식으로 정리돼 깔끔하면서 조작도 용이했다.
기어노브 하단에는 5개의 주행모드(스마트, 에코, 노멀, 스포츠, 커스텀)를 선택할 수 있는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이 위치해 있으며, 넉넉한 크기의 컵홀더가 우측에 배치되어 있다. D컷 스티어링휠 하단에는 붉은색으로 'GT'라는 이니셜이 새겨져 고성능 차량임을 암시했다.
다만 인테리어 소재는 아쉬움이 있었다. A필러(후드에서 지붕으로 연결되는 기둥) 부분에는 알칸테라(고급 인조 스웨이드)를 적용했지만, 천장에는 일반 인조 스웨이드로 마감해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몸에 닿지 않는 부분에 적용된 플라스틱은 원가절감이 느껴졌다.
뒷좌석은 넉넉했다. 휠베이스(축간거리)가 2905㎜로 BMW 3시리즈(2810㎜〃),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2840㎜〃)보다 길기 때문이다. 패스트백 형식이라서 헤드룸이 넓지는 않았지만, 신장 175㎝ 성인 남성이 앉아도 닿지는 않았다. 다만 성인 3명이 앉기에는 다소 버거워 보였다. 트렁크는 406리터이지만, 골프백 2개를 간신히 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바닥이 깊지 않기 때문이다.
스팅어 3.3 터보 GT AWD는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여기에 맞물린 현대파워텍이 개발한 후륜 8단 자동변속기와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고속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제공했다.
스팅어는 국내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론치컨트롤' 기능도 탑재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9초 만에 도달하는 가속력은 론치컨트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론치컨트롤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고 ESP 버튼을 3초간 누르면 준비 완료. 이후 브레이크 페달과 가속 페달을 동시에 밟은 후 브레이크 페달의 발을 떼면 운전자를 시트에 밀어붙이며 강력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엔진 출력은 실제 주행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가속 페달에 발을 올리기 무섭게 튀어나갔다. 고속주행에서도 힘이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고속주행과 장거리 주행에 맞게 세팅됐다. 단단하면서 도로 환경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였다. R-MDPS 스티어링 휠은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 돌아가는 조향감을 제공했다. 4P 브렘보 브레이크는 안정적이면서 뛰어난 제동력을 제공했다.
스팅어 3.3 GT AWD는 기본 가격이 5110만원이다.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을 포함하는 '드라이브 와이즈'와 와이드 선루프 등 풀옵션 차량도 534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비슷한 성능을 내는 수입차와 비교하면 2000만원 이상 저렴하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