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3세인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을 제외한 모든 계열사 대표이사에 물러난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경우 대표이사를 맡은 지 두 달 만이다. 대한항공 측은 조원태 사장이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조사를 피하기 위한 조치이자 조 사장 경영 능력에 대한 재검토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한진그룹(회장 조양호)은 조 대표가 대한항공을 제외한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한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대상이 됐던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분 정리도 함께 진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가 보유 중인 그룹 IT 계열사 유니컨버스 개인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으로 증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 100% 자회사가 된다. 증여세는 대한항공에서 지불한다.
앞서 2015년 11월에는 기내면세품 판매 대행 등 온·오프라인 사업을 전담하던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한 문제 해소를 위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자발적으로 대한항공에 지분 전량을 매각한 바 있다. 그 결과 한진그룹 내부거래금액은 2014년 802억원에서 지난해 105억원으로 87%가량 감소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 사장이 그룹 지주회사 대표이사로서 핵심 계열사 전반적인 경영 현황을 책임졌지만, 경영 효율성과 투명한 기업 경영을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이번 조치에 따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는 일부 오해들을 불식시키고 준법 경영 강화를 토대로 보다 투명한 경영 체제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공정위로부터 일감몰아주기 및 내부거래 조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재벌개혁' 기조인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한 날 계열사 대표 사임 및 지분 증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계열사 내부거래로 총수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한진그룹 산하 대한항공과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에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대한항공 법인과 조원태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재계 관계자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최우선적으로 개혁할 재벌 중 하나인 한진그룹이 먼저 나서서 계열사 정리에 나선 것”이라며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 실적 개선과 조종사 노조 임금협상 등 산재된 문제를 처리하는데 경영능력을 집중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서 다른 계열사 대표에서 물러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