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자동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시장조사 업체 내비건트리서치에 따르면 레벨 2 이상 자율 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자동차 비중이 2025년 4%에서 2035년 75%로 대폭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 규모는 2020년 189억달러(약 22조원)에서 2035년 1152억달러(135조원)까지 커진다. 운전자 편의성 향상과 안전성 강화에서 비롯된 자율 주행 기술이 앞으로 자동차 구동 기본 기술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기자 칼럼]자율주행 원천기술 확보 위한 R&D 투자 확대해야](https://img.etnews.com/photonews/1706/964410_20170616164700_897_0001.jpg)
미국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 주행 기술을 레벨 0부터 4까지 다섯 단계로 정의했다. 통상 제한된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 작동이 가능한 레벨 2 단계부터 자율주행차 범주에 들어간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레벨 2 수준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양산차에도 적용하고 있다.
레벨 3는 모든 기능을 차량이 자동 제어하고 돌발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관여한다. 제한된 조건에서 자율 주행이 가능한 자동차(레벨 3)에 대해서는 구글 등이 도로 상에서의 실증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레벨 4는 운전자가 목적지만 입력하면 출발부터 도착까지 자동차 스스로 주행하는 단계다.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운전자가 운행 전체에 개입하지 않는 수준을 '레벨 5'라고 정의한다.
현재 자동차 업계 최대 과제는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 양산이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테슬라, 토요타 등은 2020년까지 레벨 3 자율주행차를 소비자가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포드(2021년), 현대·기아차(2022년) 등도 비슷한 시기에 자율주행차 양산 시작을 준비한다.
우리 정부도 2020년까지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 관계 부처 합동으로 '자율주행차 사용화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시험운행제도 혁신 등 상용화 대비 제도 마련 △정밀 도로지도 제작 등 자율 주행 인프라 확충 △10대 핵심 부품 개발을 활용한 산업 육성 △자율 주행 실험도시(K시티) 구축 등 기술 개발 지원 등을 포함한다. 이를 기반으로 2026년에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 상용화도 계획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정보기술(IT)·전자업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커넥티드카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2020년대 후반에 글로벌 완성차 시장이 1억3800만대까지 성장하고 모든 신차가 커넥티드카로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커넥티드카는 통신망에 상시 접속해서 광범위한 주행 환경을 파악, 자율 주행 기술을 완벽히 구현하는데 필수 조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 자율주행차 원천 기술은 여전히 해외 선진 업체가 보유하고 있다. 센서, 제어기 등 핵심 기술은 이스라엘 모빌아이, 독일 보쉬와 컨티넨탈 등에서 지원받거나 벤치마킹하고 있다. 머신러닝(기계학습), 인공지능(AI) 등 사람의 '뇌'에 해당하는 기술은 최근 엔비디아와 인텔 등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기업은 자율주행차 껍데기만 만들고 있는 것과 같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자율 주행 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는 1년 R&D 투자 비중이 매출액의 9~10%에 이른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2~5%에 불과하다. 연구 인력도 독일과 국내 부품업체 간 차이가 6~7배 차이 난다. 당장 기업의 이윤 확보를 위해 R&D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면 빠른 미래에 자동차 산업계에서 국내 기업이 발 붙일 곳은 없을지도 모른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