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는 1977년에 완공됐다. 이듬해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40년 동안 1500억㎾h(2016년 기준)의 전기를 생산했다. 가정·오피스·공장 등 부산시 모든 시설이 약 8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도입은 1970년대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석유파동 때문이었다. 석유화학, 철강 등 중공업 중심의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선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고리 1호기 건설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원자력 시대를 열었다. 이때만 해도 대한민국이 원전을 짓는다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무모한 도전이고, 해외 자본과 기술력에 의존할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했다. 실제로 고리 2호기·월성 1호기 등 1980년대까지는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다. 건설 및 운영·관리 기술은 외국인 엔지니어 어깨 너머로 배울 수밖에 없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며, 국내 기업이 원전 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했다. 한국 표준형 원전의 개발도 이때 시작했다. 2000년대에 개선된 한국 표준형 원전인 'OPR 1000'이 완성된다. 30여년에 걸친 기술자립화 노력 끝에 지금은 'APR 1400'이라는 수출 원자로를 보유했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냉각재펌프 등 미자립 기술도 국산화했다.
2007년 30년 설계수명 주기를 다 한 고리 1호기는 10년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다. 설계수명은 처음 건설된 때를 기준으로 해서 유지보수 개념은 담고 있지 않다. 정비없이 운전만 하면 30년 정도 쓸 수 있다는 것으로 관리와 정비, 설비 교체에 따라 경제수명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는 뜻이다.
또 한번의 수명연장은 성사되지 않았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이 컸다. 고리 1호기는 후쿠시마 원전과 발전방식이 전혀 다르다. 해안방벽 증축, 비상발전기 및 발전차 추가 확보,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 등 관련 대책도 마련했지만 노후 원전 사고 우려 여론에 따라 19일 0시 정지한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