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1400' 원자로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해외(UAE)에 수출한 모델이다. 고리 1호기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우리 기술로 해외에서 인정받는 원전을 만든다.
APR 1400은 세계 원전 시장에서 언급되는 모든 원전 신기술 개념을 집약했다. 고리 1호기 기준 111개였던 연료봉은 241개로 늘었다. 발전량은 600㎿에서 두 배가 넘는 1400㎿로 커졌다. 설계수명은 60년으로 길어졌다. 모든 제어장치가 디지털화돼 주제어실에서 워크스테이션으로 시설을 감시한다.
안전부문에선 모든 중대사고 가능성에 대비했다. 기존 원전과 달리 원자로 격납건물을 안전 보조설비가 설치된 4개의 보조건물이 감싼다. 하나의 보조건물 기능이 상실하면 다른 보조건물의 설비가 작동하는 식으로 총 4중의 안전관리 장치를 갖췄다.
중대사고시 원자로 격납 건물 내 수소가 자동 제거된다. 재장전수탱크가 있어 냉각수를 지속 공급한다. 핵분열을 멈추게 하는 연료제어봉은 전원이 없어도 중력에 의해 아래로 떨어지게 설계됐다. 주제어실 워크스테이션이 고장나도 바로 옆에 따로 마련된 아날로그 제어반을 통해 설비를 관리한다. 주제어실에 비상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피해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비상 주제어실이 따로 있다.
국내에는 신고리 3·4호기에 APR 1400이 도입됐다. 신고리 5·6호기에도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새정부의 재검토 기조에 따라 관련 공사가 잠시 중단된 상태다.
중대사고 개념을 반영한 3세대 원전 중 건설이 완료된 것은 APR 1400이 유일하다. 미국·일본 등 많은 국가가 3세대 원전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공사기간 연장 등으로 완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원전 수출시장에서 가장 관심 받는 모델이기도 하다.
2015년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사전승인을 받았다. 원전 본고장인 미국이 APR 1400의 기술적 완성도와 안전성을 인정했다. 우리의 기술능력을 세계에 증명했다.
본 심사를 통과하면 미국 현지에 건설할 수 있다. 세계 원전시장에서 안전성을 검증받은 유일한 3세대 원전이 된다. 수출 시장에서 다른 원전보다 기술과 안전성 부문에서 우수한 모델로 공인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영국 대통령 에너지자문역과 체코 에너지장관이 신고리 3·4호기 현장을 방문했다. 양국은 우리가 유력한 제2 원전 수출 대상국으로 보는 곳이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