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속도조절..."안전 장치 마련이 우선"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먼저 마련한다. 기업 규제 강화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속도조절을 택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은 20일 서울 통의동 국정기획위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포함한 합리적 법 집행 개선안을 만들기 위해 공정거래법 집행 체계 개선 TF를 개선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위와 간담회를 했다. 전속고발권 폐지 등 문재인 대통령 공약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피해자가 직접 고발할 수 없어 공정위가 무혐의 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제도가 폐지되면 누구나 불공정행위를 고발할 수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현행 전속고발권 개선 의지를 수차례 드러냈다. 전면 폐지하면 대응능력이 부족한 중기 피해가 따르는 등 부작용 우려도 크다.

박 대변인은 “'폐지'라는 방향성은 맞지만 보완 장치 없이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면서 “전속고발권 폐지는 임기 내에 한다. 다만 실질적 피해구제가 이뤄지도록 효과적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지가 최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연구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안에 TF를 구성,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변인은 “TF는 내외부 전문가, 관계부처, 재계, 소비자 단체 등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함해 이달 안에 구성하고, 국회와도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공정위와 대기업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차단도 논의했다. 박 대변인은 “사익 편취는 편법적 승계 수단으로 이용돼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면서 “기술 탈취, 납품 단가 후려치기 등은 반드시 뿌리 뽑겠다. 일감 몰아주기도 당연히 문제다.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김상조 위원장은 시장질서 교란 민원처리와 제도 개선 인력이 부족하다며 조직 확대를 요청했다. 그는 “서울, 경기, 강원도에서 발생하는 공정위 소관 민원업무 처리건수가 연간 4000여건에 달한다”면서 “직원 50여명이 이를 처리하다보니 국민은 처리 시간이 길다고 불만을 갖고, 결과를 받아도 만족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과 간담회를 갖는다. 4대 그룹 참석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총수보다는 주력 계열사 사장, 지주회사 대표이사 등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공정위 정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당부할 계획이다. 4대 그룹 의견도 청취한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