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짜는 에너지 정책](하)고정관념 깨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플레이어 대비

국가 전력사용량과 피크치는 매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굳이 7차 전력수급계획의 2029년 11만1929㎿ 최대전력 수치를 언급하지 않아도, 점점 늘어나는 개인용 IT기기와 배터리는 전력중심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전기차, 빅데이터 기반 인공지능, IoT 등 4차 산업혁명은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할 것으로 에너지 업계는 보고 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반해 대규모 발전시설은 점점 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현 정부에서 원전과 석탄의 신규건설은 없을 예정이고, 가스복합화력과 신재생에너지도 규모가 커지면 지역민원의 벽에 부딪힌다. 기존처럼 발전공기업과 대기업 사업에 의존해 국가 전력수급을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온 셈이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대에 조성된 영농형 태양광.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대에 조성된 영농형 태양광.

에너지 업계는 분산전원 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 몇 곳이 전체 전력을 담당하는 지금이 중앙전원형이라면, 분산전원은 중소규모의 발전소들이 각 지역의 전력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중앙전원형과 달리 대규모 송전망 등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아도 되고, 전기 수용가가 있는 곳에서 발전을 하는 만큼 민원 문제도 적다.

분산전원 구성을 위해선 지금의 시장체계도 분산돼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체계는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소들이 전력거래소라는 단일 시장에서 발전량을 경매해 한전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시장도 구매자도 한 곳이다 보니 대용량 발전소 중심으로 구성되고, 소규모 신재생에너지들은 참여하기 힘든 구조다. 각 지역별 시장과 함께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들여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사업자들의 등장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분산전원 시장구조에는 한국전력 전기요금이라는 큰 장벽이 존재한다. 또 다른 시장과 판매사업자들이 공급하는 전기요금이 현재 한국전력의 요금수준보다 낮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발전 업계는 발전소가 직접 판매사업자로 나선다 해도, 연료 원가 기준으로 저렴한 발전원부터 구매한 한전의 요금 수준은 맞추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법상으로는 발전과 판매의 겸업이 허용돼 있지만, 발전사업자는 물론 전력시장 진출을 꾸준히 노력해 온 통신사업자들도 정작 소매시장에서의 전기판매에는 나서지 못한 이유다.

전력 업계는 우선 전기요금에 현실적인 발전원가를 반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전 구매 가격에 연료 원가에 더해 설비 대기비, 약품비 등 각종 부가비용도 포함해 소매요금에 정상 반영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발전사와 통시산의 전기+통신 결합상품 등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등장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발전 업계 관계자는 “대형 설비 건설이 어려워지면서 '친환경에너지타운' '주민참여형 태양광' 등 분산전원 모델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분산전원이 확대되려면 중앙전원과 가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