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시험대 오른 文, 안보·경제 키워드는

[文 정부 첫 한미 정상회담]시험대 오른 文, 안보·경제 키워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는 29∼30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갖는다. 취임 51일 만에 국제무대에 처음 자리한다.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개월 동안 지속된 전 정부의 외교 공백을 메워야 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와 함께 대북 정책,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 등이 '패키지 현안'으로 떠올랐다. 사안 모두가 양국 관계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폭발력을 지녔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담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보 외교…“한·미 동맹 강화로 트럼프 시선 中에서 韓으로”

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당당한' '균형 잡힌' '자주' 외교 실현을 강조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조를 실현하는 초석 다지기에 주력했다.

정상회담 핵심은 한·미 동맹 강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기 마련으로 압축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는 굳건한 한·미 동맹으로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 구축 과정에서 한국이 자주 외교 역량을 발휘한다는 입장을 관철시킬 전망이다. 북한을 대화 마당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원칙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의 공식 의제로 다뤄질 지는 불명확하다. 그럼에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은 정상회담에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한·미 간 불협화음도 이어졌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로이터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의 사드 배치 시기 논의의 전말을 공개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원래 한·미 양국은 발사대 1기를 올해, 5기는 내년에 배치키로 합의했지만 서둘러 배치됐다는 게 뼈대다. 미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약속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넌지시 제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드 환경영향평가 정당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환경영향평가로 사드 배치가 순연되더라도 이를 사드 배치 연기로 해석하지 말라는 뜻이 담겼다.

이를 두고 정상회담 직전에서 미국 측의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국의 비공개 합의 내용을 문 대통령이 직접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례라는 평가다. 정상회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책을 놓고도 합의점을 찾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 재개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코리아 패싱' 극복도 주요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통제할 핵심 플레이어로 한국이 아닌 중국을 올려놓았다. 북한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중국을 공개 거론했다. 최근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협상 파트너로 우리나라가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다뤄질 가능성이 짙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입장을 밝힐 정도로 각별한 관심을 보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북핵 당사국인 우리나라와 긴밀히 협력하고 논의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 “정상회담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를 없애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제 외교…“한·미 FTA 재협상 논란 해소가 최대 과제”

안보 이슈만큼 경제 이슈도 복잡하게 얽혀 있다. 무엇보다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 양국의 간극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가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한·미 FTA 폐기 또는 재협상을 거론하며 발언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적자를 이유로 한·미 FTA 재협상을 주장하는 만큼 이에 대한 논리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후보 당시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해 '3단계'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한·미 통상 태스크포스(TF)' 발족으로 각종 통상 압력에 실효성 있게 대응하고 △외교 채널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상호 윈윈하는 전략 합의를 도출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정부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FTA 논란을 불식시킨다는 목표다. 이번 회담에서 어떻게든 합의점 도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정 이행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문제가 있는 조항의 문구 수정 수준으로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정상회담을 앞둔 현 시점에서 한·미 FTA를 폐기할 계획은 없다는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의회 청문회에서 “한·미 FTA는 미국 정부가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FTA의 하나지만 현 시점에서 이 협정을 폐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폐기 또는 재협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한·미 FTA를 폐기할 정도의 잘못된 협정으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미 FTA 전반에 대한 관심과 대 한국 무역 적자 검토는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대 한국 무역 적자는 미국의 무역 균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달 말 발표 예정인 무역적자 원인 분석 보고서에 관심이 쏠렸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독일, 일본 등 미국의 16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 무역 적자의 원인을 담는다.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기간에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 무역 적자 원인 분석 보고서와 관련해 우리 측 의견서를 제출하고 상무부와 USTR에 분석 결과를 설명하는 등 적극 대응했다”면서 “한·미 FTA 재협상 문제도 발효 후 5년 동안 상호 호혜성 경제 협력 플랫폼이라는 객관화된 성과를 바탕으로 의연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