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여성 A씨(25)는 공중화장실 가기가 겁난다. 몰래카메라에 찍힐까 두렵기 때문이다. 최근 모임이 끝나고 뒤풀이를 하던 도중 끔찍한 일을 겪었다. 화장실 구석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에 당한 것이다. 범인은 뒤풀이 자리에 참석했던 남성이었다. A씨는 “모든 여성이 견뎌야 하는 이 같은 공포가 하루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몰래카메라 방지 법안'이 발의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법에 나선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은 공동발의자로 참가한다. 법안 주요 내용은 몰래카메라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를 제도권 안에 넣는 것이다.
판매자는 허가제로, 구매자는 등록제로 묶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몰래카메라마다 일련번호를 새겨 합법과 불법 제품을 가려내자는 의견도 담겼다. 진 의원은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법안을 설계할 방침이다.
몰래카메라에 대한 인식 개선도 추진한다. 진 의원은 “사생활 침해를 중대한 범죄로 여기는 인식이 약한 탓에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면서 “발전하는 신기술을 익히고 만드는 데만 집중할 뿐 부작용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남 의원도 “몰래카메라 제조, 유통,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손봐야 한다”며 “피해자 구제법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성폭력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남 의원은 인터넷 개인방송을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몰래카메라와 달리 인터넷 생방송은 증거가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면서 “성폭력 관련 종합적 방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카메라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걸림돌이다. 해외 어디에도 카메라 사전규제를 둔 곳이 없다는 것도 부담이다.
2015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총포·도검·화약류 단속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초소형 카메라 판매를 총포·도검·화약류와 같게 분류, 허가제로 전환하자는 게 골자다. 같은 해 장병완 의원은 몰래카메라 근절 법안을 별도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진 의원은 “법 통과를 위해선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풀어야 한다”면서 “여론 모으고 동의를 끌어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균형 잡힌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몰래카메라 시장은 통계가 안 잡힐 만큼 음지에 숨어있다. 안경이나 넥타이, 단추, 만년필, 라이터 등에 내장시킬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가 즐비하다. 탁상시계, 화재경보기, 벽 스위치, 액자 등 생활용품과 접목된 제품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누구나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판매와 구매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 몰래카메라가 일상 깊숙이 들어온 원인이다. 진선미 의원실에 따르면 몰래카메라 범죄는 2006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3.6%를 차지했다. 이후 2012년부터 크게 증가했다. 2015년 24.9%까지 치솟았다.
<몰래카메라 범죄 적발 건수, 단위:건, 출처=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몰래카메라 차단법 주요 골자>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