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도와줘야 한다는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 그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생각에서 시작된 사업이 창업 생태계 조성이다. 나봉하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상근부회장은 통신사 역량을 앞세워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키워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새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나 부회장은 일자리 부족에 허덕이는 청년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고용 구조가 안정화되면서 10년 넘게 신규 채용이 주춤하다”며 “정년까지 길어지면서 악순환이 고착화되는 추세”라고 짚었다.
청년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나 부회장 생각이다. 창업은 대안 중 하나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청년에게는 가혹한 요구다. 그는 이들에게 KTOA가 갖은 자원을 나눠주기로 했다.
이미 서울 강남구 연합회 사옥 한 층을 비웠다. 120평 규모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스마트라이프 ICT융합지원센터 사업을 계기로 이곳에 창업지원센터를 세워 스타트업 6곳에 내줬다. 통신 3사 직원도 한명씩 배치했다. 나 부회장은 “임대료 없이 사무실, 회의실, 협업공간을 마련해줬다”며 “통신 3사 직원과 매일 마주치며 협업 기회도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투자 유치도 돕는다. KTOA는 모태펀드 KIF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벤처캐피털(VC)과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VC를 초청, 스타트업 투자설명회(IR)를 수시로 연다. 정부 사업권도 확보에도 나선다. 스타트업을 참여시키기 위해서다.
나 부회장은 “통신사가 나무라면 스타트업은 새”라며 “사업 역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그늘을 비춰주겠다”고 전했다. 다만 맹목적 지원은 지양한다.
내부 평가를 거쳐 당초 계획표대로 움직이지 않는 스타트업은 과감히 걸러낸다. 그는 “열심히 하는 다른 스타트업에도 기회를 줘야 한다”며 “스타트업도 스스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KTOA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10개 기간통신사업자가 모인 단체다. KT가 회장사다. 나 부회장은 회원사와 스타트업 사이 상생·협력 가교 역할을 강화할 구상이다. 스타트업 타운 조성을 꿈꾸고 있다. 현재 회원사와 논의를 벌이는 중이다.
스타트업을 성장 단계별로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민간 중심 창업 생태계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게 최종 목표다.
나 부회장은 “남한산성 걷다보면 처음엔 언제 다 올라갈지 걱정을 하지만 나중에 뒤돌아보면 굉장히 많이 걸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창업 생태계 확산을 위해 묵묵히, 정중동의 자세로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