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펀드 출자자 절반 이상이 벤처펀드 위탁운용사에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기관투자자들이 협상력을 무기로 투자에 따른 손실을 펀드 운용사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용성 벤처캐피탈협회장은 27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창투사에 대한 우선손실 충당과 이에 따른 과도한 출자 요구는 투자여력을 감소시키고 신규 조합 결성을 위축시킨다”며 “투자조합 손실에 대해 창업투자회사가 우선손실충당 등 일반 투자가의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손실충당제는 벤처펀드를 운용하는 위탁운용사가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을 우선 지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투자 손실의 분배와 순위를 협상력에 우위를 가진 민간 출자자들이 정할 수 있도록 한 벤처투자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벤처펀드 도입 초기에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민간 출자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여전히 관행으로 남아있는 것”이라며 “이미 모태펀드와 성장사다리펀드 등 주요 정책자금은 규약에 관련 내용을 삭제한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실제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운용 중인 벤처펀드 486개 조합 가운데 49%(238개)가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벤처투자시장의 주요 민간 출자자인 국민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출자 조합 132개 가운데 63.6%인 84개 조합에 우선손실충당을 요구했다.
벤처투자업계에서는 투자 손실을 회피하려는 잘못된 관행으로 신규 출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했다. 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운용사의 우선손실충당 비중이 자본금의 30%를 차지한다”며 “운용사가 우선손실충당을 하는 경우 운용사에 배분될 금액을 조합 청산시까지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규정까지 있어 이중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벤처투자업계가 신규 투자 3조원을 돌파하는 등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걸맞는 제도적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벤처투자 관련 법령 통합문제, 우선손실충당제도 문제, 인력 수급 문제, 회수시장 활성화 등 업계를 둘러싸고 있는 비생산적인 환경들을 지속 개선해 신규투자 3조원, 운영자산 30조원 시대에 걸맞는 투자 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