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수분 통로'가 사람의 언어학습 능력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포의 유전자 변이를 검사하면 뇌의 인지 능력을 예측하고 맞춤 학습 가이드까지 제공한다.
이창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류인균·김지은 이화여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뇌의 비신경세포(별세포) 유전자가 언어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뇌의 별 모양 비신경세포는 뇌 속 수분 순환 통로다. 신경세포는 아니지만 뇌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수분 순환, 노폐물 조절 외의 역할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뇌의 학습, 언어 기능에서의 역할이 처음 확인됐다.
연구팀은 동물에서 사람, 사람에서 동물로의 비교분석 연구를 처음 도입해 확인했다. 별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아쿠아포린4' 유전자가 학습, 언어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냈다.

아쿠아포린4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 쥐는 별세포 부피 조절 작용이 제한됐다. 강화 환경에 노출해도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부위가 커지지 않았다. 공간 기억력도 손상됐다. 아쿠아포린4가 뇌 크기 변화를 조절하고 뇌 기능에 영향을 줬다.

연구팀은 동물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 650명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관찰했다. 아쿠아포린4 발현이 적은 사람의 뇌를 조사했다. 이들은 말하기 능력과 관련된 뇌 부위의 크기가 달랐다. 뇌 크기 변화는 언어 학습능력, 언어 유창성과도 상관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뇌 속 별세포 유전자가 학습, 언어 능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셈이다. 연구 결과는 아쿠아포린4 유전자 발현을 조절해 뇌 기능을 제어하는 연구로 확장될 수 있다. 유전자 변이를 검사해 인지 기능을 예측하거나 맞춤 학습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창준 KIST 박사는 “중요시되지 않았던 뇌의 비신경세포인 별세포가 고등 인지 기능인 언어 학습에 관여한다는 것을 최초로 찾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인균 이화여대 교수는 “별세포의 아쿠이포린4 유전자가 기억 관련 질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신경과학·정신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에 실렸다. 미래창조과학부 뇌과학원천사업 '외상후스트레스 뇌인지장애 극복 연구단', 리더연구자사업 '신경교세포 창의연구단' 지원으로 수행됐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