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여름 대중문화계는 무더위를 날릴만한 세찬 기운들이 대결한다. 이른바 '여름대전'이다. 분야별 각 주자들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컬처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가요·드라마·영화 3대 분야를 중심으로 여름 대중을 사로잡을 기대주자들을 살펴본다.
◇'믿듣가수부터 신예까지, 인기태풍의 중심은 누구?' 2017 여름 가요계
올해 가요계는 비수기인 1월부터 매달 전쟁이라 불릴 만큼 대형가수들과 신예아이돌이 등장해 대중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대표적 가요계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눈에 띄는 한 축은 김태우와 이효리 등 1세대 아이돌 출신 가수들이다. 이들은 오랜만의 컴백에도 소위 '믿고 듣는 가수'로 입증된 만큼 여름 가요계를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효리의 경우 2013년 5월 이후 4년 만에 자신이 직접 작사·작곡·프로듀싱한 곡으로 돌아오는 만큼, 그녀의 성숙한 음악성과 '대한민국 대표 섹시퀸'의 모습을 기대하는 대중이 많다.
인기아이돌 그룹에서는 더 거센 태풍이 예고됐다. 현재 티아라와 마마무, 에이핑크, 나인뮤지스, 블랙핑크 등의 인기 걸그룹과 NCT127·펜타곤·몬스타엑스 등의 보이그룹, 황치열·정진운·존박·보아 등 솔로가수들이 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다수 아티스트가 여름 전장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여름철 컴백예정인 그룹은 엑소·레드벨벳·핫샷·헤일로·프리스틴·이달의소녀·카드(K.A.R.D)·VAV·JJCC·임팩트·시크엔젤·여자친구·소녀시대(8월) 등이 있고, 솔로컴백으로는 장현승과 정용화(씨엔블루), 태양(빅뱅) 등 아이돌멤버와 박보람·제시·현아 등 여성 솔로 아티스트가 출격 대기 중이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팀은 세계적 한류아이돌 소녀시대와 EXO(엑소), 레드벨벳을 필두로 소위 '음원 1위 제조기·흥자친구'로 불리는 여자친구, 프리스틴·카드(K.A.R.D) 등 신인급 아이돌, 핫샷 등 프로듀스101 시즌2로 주목받은 그룹들이 될 전망이다. 솔로로는 국내는 물론 중화권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정용화와 아시아-북미 팬미팅 투어 등으로 위세를 보인 현아가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선보일 곡은 시즌 특성과 퍼포먼스 강세 아이돌 음악시장, 남자아이돌 위주의 컴백 등에 맞춰 강하고 빠른 비트를 기반으로 한 힙합댄스곡이 다수를 차지하고, 여성그룹 팝댄스와 솔로 아티스트의 R&B, 발라드, 모던록 등 음악이 일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기 아이돌 대거 컴백에 신인 데뷔는 다소 주춤할 예정이지만 이를 떨치고 나올 그룹 인기는 기존 아이돌 못지않은 모습이다. 먼저 I.O.I 멤버로 활약했던 최유정과 김도연이 소속된 것으로 알려진 아이틴걸즈가 데뷔하면서, 같은 멤버였던 임나영·주결경(그룹 프리스틴 멤버)과의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또 인피니트와 러블리즈 동생그룹으로, 현재 음악케이블 엠넷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얼굴을 알리고 있는 골든차일드와 B1A4·오마이걸의 동생그룹인 WM보이즈(가칭)가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마마무의 소속사 RBW가 프로듀싱을 맡으며 화제가 된 신인 걸그룹 P.O.P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들은 데뷔 전 선활동으로 이미 이름을 알리고 있는 멤버 중심으로 어필함은 물론 데뷔 그룹에 대한 기대감 등을 무기로 대중에게 다가선다.
이 밖에도 2000년대 중반 아이돌그룹 '파란'과 '티오', 밴드 '노바소닉', '에머랄드 캐슬'의 주요멤버가 뭉친 팝록밴드 '마이 선셋'과 실력파 남성듀오 닉앤쌔미 등이 아이돌 위주 음악계에 다양성을 채울 예정이다.
이렇듯 올 여름 가요계는 시즌 음악장르인 댄스곡이 주류를 이루겠으나 여름을 떠올리게 할 청량한 음악이 아닌 강렬하고 그루브한 비트 중심 댄스곡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성아이돌과 신인 아이돌그룹의 팝댄스와, 솔로 아티스트가 내놓을 미디움 템포 위주 곡들이 음악적 다양성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한류돌풍을 기대한다' 2017 여름 드라마
드라마에서는 올해 초반까지 이어진 '도깨비' 열풍을 필두로 △미씽나인·화랑(2월 종영) △김과장·보이스·피고인(3월 종영) △힘쎈여자 도봉순(4월 종영) △귓속말·터널·자체발광오피스·그녀는 거짓말을 너무 사랑해(5월 종영) △맨투맨·시카고 타자기(6월 종영) 등 다수 작품이 안방극장을 달궜다. 일부 로맨스·판타지 장르를 제외하고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회부조리·미스터리 사건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극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다루며 남다른 쾌감을 전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반면에 올 여름부터 등장할 드라마는 역사 현장이나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로맨스 코드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다재다능한 한류 아이돌이 주연을 맡으면서 새로운 한류동력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목받는 작품으로는 왕은 사랑한다(MBC)·하백의 신부 2017(tvN)·학교 2017(KBS2)·구해줘(OCN) 등이 있다.
'왕은 사랑한다'는 김이령 작가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퓨전 로맨스사극이다. 주요 스토리는 원나라 간섭기 고려를 배경으로 세자 왕원(훗날 충선왕)과 은산, 왕린 등 3인을 주인공으로 왕위계승을 둘러싼 방해를 극복하는 모습과 사랑을 놓고 벌어지는 갈등으로 이뤄진다. 주연으로는 임시완(왕원 역)·윤아(은산 역)·홍종현(왕린 역) 등이며 장영남·엄효섭·정보석·오민석·박환희·김경진 등이 함께한다. 이 작품은 '해를 품은 달' '구르미 그린 달빛' '달의 연인:보보경심' 등 퓨전사극의 꾸준한 강세 위에 한류 스타와 국내 명배우가 함께하면서 국내외 시청률에서 큰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백의 신부 2017'은 동명 만화 기본배경으로 새롭게 만든 스핀오프 작품으로 '오랜 가뭄을 해결하기 위한 제물로 바쳐져 하백의 신부가 된 소아의 이야기'가 2017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주요 캐릭터로는 허당끼 가득한 물의 신(神) '하백(남주혁 분)'과 극현실주의자인척하는 여의사 '소아(신세경 분)', 소아를 지켜주는 든든한 엄친아 '후예(임주환 분)', 수국의 신이자 인간계 톱여배우인 '무라(크리스탈 분)', 천국의 신이자 사고뭉치 유명인 '비렴(공명 분)' 등이다. 이 작품은 과거 신화나 전설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하면서 '꽃보다 남자' '치즈인더트랩' 등 꽃미남 로맨스가 얹어진 모습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인기작품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학교 2017'은 KBS2 인기 청소년드라마 '학교'의 2017년 버전으로, 학생들이 겪는 솔직하고 다양한 감성을 담아낸다. 현재 인기방영 중인 '쌈 마이웨이'에 이어 꾸준한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연으로는 김세정(구구단)·김정현·장동윤·한주완·한선화·설인아·로운(SF9) 등 아이돌 및 신인배우와 박철민·김응수·조미령·이종원 등 중견배우가 등장한다.
'구해줘'는 웹툰원작 드라마로 사이비 종교집단으로부터 첫사랑을 구하려는 네 남자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주연배우로는 택연·서예지·우도환·이다윗·하회정·조성하·박지영·강경헌 등이 있다. 이 작품은 과거 '싸우자 귀신아'에서 함께했던 택연과 이다윗이 하회정·우도환과 만들어낼 4인조 케미가 기대됨과 더불어, 인기 웹툰을 활용한 한류드라마 콘텐츠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와 판타지가 만든 '대작 of 대작' 2017 여름 영화계
올 여름 영화계에는 다수 흥행 실패작을 만회할 만한 '대박기원 영화'라는 뜻의 '텐트폴(tentpole movie)'들이 메이저 배급사 지지를 받으며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
먼저 NEW는 넷플릭스가 600억원 제작비를 투자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내세웠다. 주연으로는 한국배우 안서현을 중심으로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폴 다노 등이 등장한다. 극비리에 옥자를 활용한 '슈퍼돼지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각자 이권을 둘러싼 대결을 메인 스토리로 하는 이 영화는 넷플릭스 스트리밍과 극장상영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례적 행보로 화제를 모은다.
보통 우리나라 영화는 극장개봉 후 2~3주가 경과된 뒤에서야 IPTV 등 안방극장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극장 단독 상영 수입을 보장할 수 있는데, 옥자는 극장 수입이 보통 흥행영화에도 미치지 못할 수 있어서 멀티플렉스 영화관 반발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제작 콘텐츠 한계성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한류콘텐츠 가능성을 열어준 작품이자 봉준호 감독 신작이라는 점에서 사람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는 김수현의 파격 연기가 기대되는 '리얼' 외에 7월 개봉 예정인 '군함도'를 텐트폴 영화로 계획하고 있다. 1940년대 중반 일제강점기 하시마(군함도)를 배경으로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탈출기를 그린 류승완 감독의 작품으로, 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김수안 등 충무로 블루칩 활약이 기대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명량' '귀향' 등 역사적 사실을 극화한 작품의 특성상 애국주의에 기댄 인기영합적 작품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최근 역사문제 의식과 감동코드를 동시에 전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쇼박스는 1000만 대배우 송강호의 복귀작 '택시운전사'를 흥행 예상작으로 잡았다. 1980년 5월 서울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 분)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 분)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면서 겪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군함도'와 마찬가지로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한 영화기는 하지만 각각 지향하는 바가 달라 관람률이 다소 적을 우려도 있다. 하지만 세태 흐름과 관람객 의식 수준 발전으로 무난한 흥행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박서준·강하늘·성동일·박하선이 출연한 '청년경찰'을 선보인다. 서로 다른 성격의 경찰대생 두 명이 우연히 목격한 납치사건을 직접 수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사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정우·차태현·주지훈·마동석 등 인기배우들이 등장하는 대작 영화 '신과 함께'가 선보여질 예정이었으나 제작이 늦어져 올해 말과 내년 초로 개봉이 미뤄지면서 여름 관람객을 공략할 영화로 새롭게 등장했다. 물론 다른 배급사가 선보일 영화보다 제작 규모면에서 크지는 않으나 안방극장을 달구는 핫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여름 관람객을 무난히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