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해가 첨예한 법인세 인상,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을 검토한다.
하반기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해 공론화한다. 지금까지 “조정이 없다”는 정부 입장과 차이가 있는 움직임이다.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 이후 세제 개편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향후 검토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29일 서울 국정기획위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 하반기에 전문가와 각계 이해를 대표하는 인사로 구성한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가칭)'를 신설한다”면서 “이해관계가 첨예한 법인세율 인상,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은 국민 합의와 동의를 얻어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특위가 내년 로드맵과 추진 방안을 담은 개혁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다.
이날 발표는 '명목세율, 수송용 에너지 세제 개편은 없다'는 최근 정부 입장에서 벗어난 것이다. 방향은 밝히지 않았지만 세제 개편 필요성 검토는 하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법인의 법인세 22%를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정기획위의 기획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발의했다.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총 178조원의 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법인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따랐다.
하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취임 직후 “현재로서는 명목세율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소득,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까지는 아직 생각 안 한다”고 밝히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 앉는듯 했다.
정부는 최근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도 없다고 못박았었다. 수송용 에너지세제 개편은 휘발유·경유·LPG 간 상대가격(가격 격차)를 조정하는 것이다. 경유 유류세 인상폭이 최대 현안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경유세를 인상하지 않고 수송용 에너지세제도 개편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기조 변화를 시사했다. 이날 발표에 의하면 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 이후 정책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꺼지는 듯했던 논란의 불씨가 살아났다.
박 대변인은 “올해는 새 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추진 가능한 세제개편을 할 것”이라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조세·재정 개혁과제는 논의기구를 통해 토론과 합의를 거쳐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법인세 인상 등 세제개편을 검토하는 것은 지난 정부 조세재정정책의 소득재분배 개선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부자감세 정책으로 왜곡한 세제를 정상화하는 조세정의를 실현해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OECD 구조개혁평가보고서는 우리나라 하위 20%인 1분위의 가처분소득 비중이 회원국 평균을 밑도는 원인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조세·사회이전시스템의 약한 재분배 효과를 지목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의 소득재분배 개선률은 10.1%다. 핀란드(47.1%), 독일(42.5%), 프랑스(41.7%), 미국(22.8%), 이스라엘(20.7%)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박 대변인은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대기업,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되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중산·서민층에 대한 세제지원은 지속 확대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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