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연구개발(R&D) 계획은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예산이 대폭 증액됐다. 그 동안은 기초연구 예산 자체가 적고, 연구자 스스로 주제를 제안할 수 있는 사업도 제한적이었다. 우리나라 R&D가 추격형 전략을 탈피해 선도형으로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018년도 기초연구 및 기반 확대 예산으로 1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15.6% 늘어난 규모다. 중이온가속기 건설 등 기반 조성 사업 예산을 뺀 순수 연구 지원 예산은 1조26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들 예산은 연구자 주도형 사업에 쓰일 수 있다. 기초연구 사업 중에서 정부가 연구분야를 지정해온 전략공모 과제를 자유공모로 전환하기로 했다. 연구자가 스스로 주제를 제안하고 이 제안이 채택되면 연구비를 받는 방식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금은 기초 연구 중에서도 하향식(Top-down) 과제가 있지만 이를 단계적으로 상향식(Bottom-up) 과제로 전환, 최종적으로는 모든 과제를 연구자 제안 방식으로 바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초연구 특성을 감안해 주제를 하달하기보다 연구자의 자율성,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기초연구 체질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는 전략의 일환이다. 과거에는 선진국 성과를 쫓아가는 연구가 중요했지만, 이제는 창의적으로 선도형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과제 선정 방식도 바꾼다. 도전·창의성 평가 비중을 기존 60%에서 70%로 높인다. 연구방법 적합성 평가 비중은 20%에서 10%로 하향, 연구 자율성을 높인다. 기초 연구 분야의 투자 확대가 실질적인 성과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정 평가 체계를 개선한다.
기초연구 분야 전반에서 현장 수요를 반영, 중견 연구자와 소규모 집단연구에 중점 투자한다. 중견연구자 지원 예산을 20% 늘린 922억원으로 잡았다. 4092명 연구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다. 신임 교원을 지원하는 '생애 첫 실험실' 지원 예산은 250% 늘어난 525억원이다.
소규모 집단 연구는 25.4% 늘어난 227개 과제를 지원한다. 실패 위험이 높은 도전적 융합연구를 지원하되, 위험은 분산시키겠다는 취지다. 기초연구실, 대학 중점연구소가 사업 지원을 받는다.
<2018년도 기초연구 및 기반 확대 예산(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2018년도 정부 R&D 중점 투자 분야(자료 : 미래창조과학부>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