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 274㎿ 가스터빈 승부수…문제는 '시간'

가스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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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신성장 동력으로 가스터빈 개발에 힘을 쏟는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오는 2019년까지 274㎿급 가스터빈을 개발할 계획이다. 새 정부 에너지정책에 따라 회사가 강점을 지닌 석탄·원자력 터빈 기술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으며, 274㎿급이 성공하면 바로 업그레이드 해 2단계로 340㎿급까지 끌어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가스터빈은 세계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곳이 몇 군데 되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라면서 “많은 운영 노하우가 쌓여야 하며 일단 터빈 개발에 성공해 라이선스부터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석탄과 원자력 기술은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대용량 가스터빈은 여전히 원천기술의 벽을 넘지 못해 불모지에 가깝다.

가스터빈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핵심 설비다. 고온고압 연소가스로 회전하면서 발전기를 돌린다. 고난도 기술이 필요해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세계에서 GE, 지멘스, MHPS(미쓰비시 히타치 파워시스템)만 원천기술을 보유했다. 국내에선 두산중공업과 한화테크윈이 가스터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기조가 정해진 만큼 앞으로 LNG 발전소가 추가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국내에는 대용량 가스터빈 원천 기술을 가진 곳이 없다. 현재로서는 LNG 발전소가 신규로 들어서면 모두 외산설비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

실제 두산중공업이 2009년 한국남부발전 영월 복합화력발전소에 180㎿급 가스터빈을 완성하기 전까지 국내에서 건설된 복합화력, 열병합 발전소에 들어간 대형 가스터빈 100여개(2009년 기준)는 전량 수입됐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기술 국산화를 앞당기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2013년에는 가스터빈 시장 진출을 위해 이탈리아 발전설비 회사인 '안살도 에네르기아' 인수를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인수 추진과정에서 살펴본 안살도의 가스터빈 원천기술 수준이 두산중공업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국책 연구개발(R&D) 과제로 수행한 가스터빈 개발을 올해부터는 자체 투자비를 들여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 대통령 방미 기간에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업체 ACT를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인수 직전 단계로 금액과 계약 조건을 조율할 예정이다. ACT는 연소기, 터빈, 로터 등 가스터빈 핵심 부품을 정비한다. 두산중공업은 ACT가 축적한 가스터빈 서비스 역량과 노하우를 배워 기술 개발을 서두를 계획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