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면세점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왔던 면세점업계는 연봉을 자진반납하고 영업시간까지 단축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최근 전사적인 차원의 회의를 열고 비용절감에 대해 논의했다. 이를 통해 롯데면세점 팀장급 간부사원과 임원 40여명은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사드 사태에 따른 매출 감소가 최소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데 따른 조치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지속하며 연말마다 300~400% 성과급까지 받던 롯데면세점에서 연봉 반납은 창립 37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12일에는 장선욱 대표이사가 직접 사내게시판에 사드배치가 장기화될 조짐이니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경우 최근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종이 홍보물 등의 규모를 기존보다 약 30% 축소했다. 신세계면세점 직원들에 지급한 법인카드를 회수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고 SM면세점은 두 개층 영업을 중단했다.
1분기 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갤러리아면세점은 한국공항공사에 임대료를 낮춰 조정해 줄 것을 지속해서 요청하는 것과 동시에 여의치 않을 경우 제주 공항 면세 사업권 조기 반납도 고심하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인건비 등 운영 경비 감축을 위해 지난해 12월 폐장 시간을 오전 2시에서 자정으로 단축한 데 이어 4월부터는 오후 11시로 1시간 더 앞당겼다.
중국인 단체관광이 끊기면서 1, 2분기 실적 감소로 인한 올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두자릿수 이상 쪼그라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면세점 시장 규모가 전년대비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중 해빙무드가 이어지고 있다지만 사드 철회 없이는 중국 정부가 연말까지 한국 여행금지조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면세업계의 시름은 깊어져가고 있다.
이에 일부 면세점들은 가장 큰 비용절감 효과를 낼 수 있는 여행사 수수료 축소 논의를 시작했지만 여행사 이용 관광객 자체가 급감한 상황이어서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렸던 면세점 업계가 '사드보복'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며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금지를 풀어주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