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순방 초보' 文 대통령이 놓친 것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미국 의회 지부도를 만났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미국 의회 지부도를 만났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순방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북핵, 사드,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종 현안이 긴밀하게 얽혀 있는 미국을 일순위로 찾은 것은 당연한 행보다. 3박 5일 일정 대부분은 한·미 동맹 강화 차원의 안보·외교 중심으로 채워졌다. 반년 이상 가동되지 않았던 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목적으로만 본다면 성실했던 순방이었다.

하지만 서둘러 대미외교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조급함이 가져온 산업·경제 분야 소홀함은 아쉽다. 경제적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 동맹의 이익을 쫓는데 주력한 나머지 국익은 챙기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사실상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줬다. 무역적자 등 여러 리스크 요인이 가시화될 수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첫 방미에서 쇠고기 협상 카드를 수용하면서 국내에서 상당한 역풍에 부딪쳤다. 바로 광우병 사태로 이어졌고 이명박 정권은 초반 위기에 빠졌다.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경제협력 내용도 '초단순'하다.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미래지향적'은 과학, ICT, 우주 등 첨단 분야 협력으로 다뤄졌다. 이미 양국이 협력하던 것을 반복하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역대 순방에서 대통령 임석 하에 이뤄졌던 산업협력 양해각서(MOU) 교환도 볼 수 없었다.

또 하나 미국은 신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와 달리 원자력 분야를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새로운 시책을 검토한다.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한다. 균형감 있게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미국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미국에 일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전혀 체험하지 못하고 왔다는 것이다. 미국은 4차 산업혁명 주도국이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은 첫 방미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나머지 일정은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해 글로벌 ICT기업 인텔을 방문했다. 서부 지역 경제인과 만나 투자 유치를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은 아직 4차 산업혁명 현장에 있는 기업인과 마주하지 않았다. 미국에 가서도 의미 있는 산업 현장이나 벤처기업을 보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현실과 마주해야 제대로 된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이틀 뒤 독일로 향한다. 독일은 여러모로 우리가 눈여겨봐야할 산업·경제정책과 제조혁신을 거듭하는 장수기업이 많다. 문 대통령이 독일에서는 반드시 산업현장도 챙겨보길 바란다.

[기자수첩]'순방 초보' 文 대통령이 놓친 것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