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수출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지엠이 노조 파업까지 앞둔 상황에서 '리더십 부재'까지 겹치게 됐다.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이하 암참) 회장직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사임하기로 한 것. 하지만 최근 실적 부진과 노사관계에서 경영능력 부족을 지적 받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지부에 따르면 오는 6~7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29일 열린 11차 임금교섭에서 사측과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투표에서 쟁의행위 찬성이 가결되면, 열흘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중노위원의 조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한국지엠 노조 측은 △월 기본급 15만4883원 인상 △통상임금(424만7221원) 500% 성과급 지급 △8+8 주간 2교대제 전환 △월급제 도입 △각종 수당 인상 등을 요구안에 담았다. 특히 월급제를 도입하면 공장 가동률이 낮아 휴업하더라도 급여를 100%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지엠 측은 이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파업을 앞둔 산황에서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은 최근 미국 GM 본사에 사의를 표명했다. 오는 8월 31일부로 한국지엠을 떠나 암참 회장 겸 CEO로서 리더십 역할을 집중한다는 것. 한국지엠은 아직까지 제임스 김 사장 후임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GM 측은 미국 본사에서 후속 사장을 보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제임스 김 사장이 경영능력 부족과 노사 장악력 부족으로 GM 측으로부터 경질된 것으로 분석했다. COO로 부임한 2015년 한국지엠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가량 판매량이 늘었지만, CEO 역할을 맡은 2016년에는 11.5% 가량 판매량이 줄었다. 올 상반기 판매량 역시 지난해 상반기보다 9.3% 가량 감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서 한국지엠의 높은 고정비를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 3년간 한국지엠이 2조원에 달하는 누적 순손실을 기록한 것도 높은 고정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분석했다.
또 GM은 지난 3월 자회사 독일 오펠과 영국 복스홀 브랜드를 프랑스 푸조시트로앵(PSA)에 매각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한 데 이어 비슷한 시기 인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쉐보레 차량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또 북미 조립·변속기 공장에서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공장 가동 중단을 연장하는 등 고정비 절감에 신경 쓰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무역, 통상 부문에서 암참 역할이 강화되면서 제임스 김 사장이 상근 회장겸 CEO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지엠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라며 “후속 인사가 8월 31일 이전에 결정되면, 원만한 노사 합의를 위해 조기 인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