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소셜 채널은 단순한 소통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사회영역을 만들어냈다. 소위 지역과 인종, 연령을 초월한 '디지털 커뮤니티'가 바로 그것이다. 소셜 채널 기반의 디지털 커뮤니티는 정보뿐만 아니라 감정과 사상까지 교류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디지털 커뮤니티의 발전과 미래를 놓고 낙관과 우려를 번갈아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 '컬처 에센스(Culture Essence)'에서는 소셜 채널이 불러온 '디지털 커뮤니티'의 긍정과 부정적 면모를 확인하고 비전을 확인해본다.
◇외로운 현대인의 정서적 안식처 및 사회변혁의 아이콘
커뮤니티(Community)는 '공동의'라는 뜻의 'Common'과 '특성'을 뜻하는 접미사 '~ity'가 결합해 '공통성을 지닌 집단'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과거에는 교통·통신 등 소통수단과 범위가 한정적인 탓에 자신과 가까운 지역의 사람들과 비슷한 감정과 의사소통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문화공동체를 형성했다. 이것이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사는 사람 또는 공동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고전적 커뮤니티'의 전형이다.
이런 고전적 커뮤니티는 산업과 개인주의 발달로 위기에 접어든다. 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난 산업발달은 직업세분화와 함께 생활패턴의 차이를 만들어내면서 이웃 간의 공감대와 소통접점을 줄였다. 또 '나홀로 가구' 등 개인주의 심화는 이웃과 지역사회 관심도를 낮추면서 종전의 고전적 커뮤니티를 무력화시켰다.
지속적인 고전적 커뮤니티 붕괴는 인간의 기본 속성인 공동체적 욕구와 안정적 사회구조 유지를 위협했다. 이에 대중은 21세기 들어 급성장한 ICT를 기반으로 위기 해법을 찾아나갔는데,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디지털 커뮤니티'다.
디지털 커뮤니티는 고전적 커뮤니티의 속성에 ICT의 특성을 가미한 새로운 개념의 공동체로서, 크게 2가지 속성에서 고전적 커뮤니티보다 막강한 위력을 지닌다.
먼저 디지털 커뮤니티는 소셜 채널을 매개로 시공간은 물론 연령·성별·인종 등 물리적 조건을 넘어서는 초월적 특징을 지닌다. 일례로 최근 대중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와 네이버·다음 등의 포털사이트 뉴스, 유튜브, 네이버TV, 카카오TV, 판도라TV 등 동영상 플랫폼,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 등으로 외부제약에 무관하게 감정과 의사를 표출하며 공감을 얻는다. 정치경제나 강력범죄 등 현실문제와 사회문화 영역에서도 함께 의견을 교환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
디지털 커뮤니티의 초월성은 산업고도화와 개인주의 속 고립화된 인간들의 소통 접점을 늘림과 동시에 다수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고전적 커뮤니티의 한계를 넘어 더 큰 범위의 사회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또 디지털 커뮤니티는 막강한 파급력으로 단순한 소규모 공동체를 넘어 사회구조를 변혁할만한 대규모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고전적 커뮤니티에서는 직접 대면하거나 인쇄물·대중매체 등으로만 정보나 의사를 공유할 수 있었던 탓에 국내외 대중이 고루 공감할 수 있는 문화나 정치·사회구조 형성이 어려웠다. 하지만 디지털 커뮤니티는 소셜 채널을 기반으로 공감·교류하며 빠르게 감정과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덕분에 K팝 등 한류나 촛불시위 등 대단위 공동체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낼 수 있게 됐다. 이에 정치권이나 언론, 기업, 문화 등 사회 지도층 전반에서도 디지털 커뮤니티를 형성시키는 막강한 파급력에 공감하고 소셜 채널을 매개로 공감세력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렇듯 디지털 커뮤니티는 초월성과 파급력으로 고전적 커뮤니티를 뛰어넘은 차세대 공동체로 발돋움하면서 작게는 고립된 사회 속 인간들에게 연대감을 부여하고 크게는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큰 규모의 공동체 개념을 만듦과 동시에 기성적인 사회구조를 재편하는데도 기여했다.
사회문화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커뮤니티는 직접 대면방식의 고전적 커뮤니티가 산업과 사회구조의 발달로 점점 쇠퇴하면서 대안으로 등장한 사회 공동체 개념이지만 소셜 채널을 매개로 한계성 없이 빠르게 감정과 정보를 교류시키면서 보다 넓은 공동체를 만들어냈다”면서 “일부 한계점이 있지만 기술발전에 맞춰 좀 더 치밀하고 신중한 감정교류가 가능해지면 우리의 삶을 발전시키고 안정된 인간관계를 선물해줄 수 있는 역대 가장 강력한 개념의 공동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이 주는 독사과를 경계하라…디지털 커뮤니티의 경고
쇠퇴하던 기존 커뮤니티의 한계를 ICT로 극복하며 등장한 디지털 커뮤니티는 세계 인간을 모두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강력한 공동체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디지털 커뮤니티가 단순히 긍정적인 면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현실적 제도장치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사생활침해·거짓정보 등의 기성적인 문제에서부터 집단별 갈등 심화·현실 부적응 등 현실사회와 연관된 문제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사생활침해 문제는 개방성 중심의 소셜 채널이 갖는 한계성과 같다. 먼저 사생활 침해는 일반 개인이 SNS로 공유한 감정과 의견에 공감하지 못한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사생활을 파헤치고 이를 무단으로 공개하면서 엄청난 수준의 비난을 받게 되는데서 발생한다. 일례로 현실 속 다툼으로 앙심을 품은 타인이 상대의 SNS 내용이나 개인정보 등을 유출할 경우 현실에서조차 생활하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특히 이후에 잘못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지라도 누출된 개인정보를 되돌릴 수는 없다. 이미 다수의 커뮤니티 인원들에게 낙인이 찍혀 가상과 현실생활 양쪽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거짓정보다. 디지털 커뮤니티 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를 노출하면서 마치 진짜인양 둔갑하기 쉽고 이것이 사생활침해 발단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 커뮤니티는 물리적 조건의 초월성을 지니고 있는 탓에 사회규범 및 관습마저 초월하면서 생기는 집단 간의 갈등해결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일례로 일간베스트·오늘의유머·보배드림·워마드·여성시대 등의 커뮤니티들은 사이버 상에서의 강력한 단결력으로 정치·법률 등을 개선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만, 커뮤니티 간 적대 행동이나 무분별한 현실비하·풍자 등으로 많은 논란거리를 낳는 모습을 보인다. 어린 누리꾼의 경우에는 세대 간 차이점을 나타낸다는 취지로 줄임말·비속어 등을 사용하면서 전체적인 디지털 커뮤니티 소통에 단절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욕설까지 일삼는 경우가 있다.
가상 세계 과몰입에 따른 현실 부적응의 문제도 심각하다. 최근 몇 년간 일어난 강력범죄에서 적지 않은 원인을 초래했던 것이 바로 디지털 커뮤니티다. 특히 마약, 성범죄, 살인 등의 강력범죄는 경계가 느슨한 가상현실 속에서 현실범죄와 직결될만한 행동을 규제하기에는 제도적인 장치가 부족하고 개인 자제력을 키우기 어려워 강력범죄를 막기가 어렵다.
이와는 다른 경우지만 인간 간 현실적인 만남이 줄어들면서 현실적인 이해도와 공감·질서가 망가진다는 점도 있다. 최근 남녀 간 만남과 이별이 소셜앱 또는 메신저 등으로 가볍게 이뤄지는 경우가 늘면서 치정 사건이나 불륜 등 상당한 현실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렇듯 디지털 커뮤니티는 공동체로서의 충분한 기능과 역할을 해낼 힘은 갖추고 있으나 오용할 소지가 커서 이를 조절할 수 있는 범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사회 한 관계자는 “디지털 커뮤니티는 디지털이 갖는 기본적인 난제가 현실과 맞물려 큰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댓글 실명제 같은 제도적 장치 마련과 의식적인 차원을 돌볼 교육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스마트 디바이스 기반의 디지털 문물에 심취한 상황에서 고전 커뮤니티에 맞는 교육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면서 “시대적 상황에 맞는 규범과 교육론 정립이 뒤따라야 IT강국의 명성을 잠재적 범죄국가의 오명으로 덮지 않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