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바꾼 나노]<결산 지상 좌담회>

2000년부터 정부 투자와 산학연 노력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 나노 기술이 세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다. 전자신문에서는 나노산업 육성 15주년을 맞아 지난 6월부터 나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했다. 기획 시리즈를 결산하고 미래 첨단산업 핵심 기반기술인 나노를 주제로 우리나라 나노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나노코리아 15주년 기념 특집 자상좌담회'가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라는 주제로 29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왼쪽부터 장지영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강득주 제이오 사장, 김기범 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 최미정 미래부 과장.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창의산업정책관, 이희국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나노코리아 15주년 기념 특집 자상좌담회'가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라는 주제로 29일 서울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에서 열렸다.왼쪽부터 장지영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강득주 제이오 사장, 김기범 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 최미정 미래부 과장.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창의산업정책관, 이희국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 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참석자

△강득주 제이오 사장

△김기범 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

△이병구 네패스 회장

△이희국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 이사장

△정대진 산업통상자원부 창의산업정책관

△최미정 미래부 융합기술과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

◇사회(장지영 전자신문 부장)=2000년부터 정부에서 나노 기술과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어 산업이 발전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우리나라 나노를 어떻게 지속 발전시켜야하는지를 논의했으면 좋겠다. 먼저 나노 육성에 큰 역할을 한 정부 정책에 대해 알고 싶다.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결산 지상 좌담회>

◇정대진(산업부 정책관)=정부는 나노 기술 개발, 기업 육성, 인프라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기술이 시장에 나가 제품화돼 안착하는 데 중점을 뒀다. 나노 전체 매출액을 보면 융합 산업 기준, 2015년 33조원으로 제조업 전체에서 7.8%를 차지하는 결과를 보였다. 나노 기업 개수도 600개를 돌파했다. 나노 기업이 앞으로도 매출이 늘고 해외 진출도 활발히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결산 지상 좌담회>

◇최미정(미래부 과장)=나노는 특히 미래부와 산업부 역할 분담이 참 잘 돼있는 분야다. 미래부는 연구소 중심으로 지원했다. 다른 어떤 기술보다도 정부가 적절한 타이밍에 연구개발(R&D)과 인프라 설계를 마련했다. 기업도 성장하고 연구자도 성장하는 기반을 세웠다.

◇사회=우리나라 나노는 지난해 기준 선진국 기술의 81%까지 따라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나노 선진국이 잘하는 정책이나 지원책은 무엇이 있나.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결산 지상 좌담회>

◇이희국(나노조합 이사장)=미국, 일본과 같은 나노 선진국은 나노에 조단위 투자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1000억원대 투자 규모다. 나노는 키워드가 융합이다. 나노 혼자 잘해서 시장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기존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 나노를 융합, 주력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고 경쟁력을 보강하는 데 힘을 실어야 한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나노는 다른 산업에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이야기다.

◇정대진=나노는 일본과 미국이 가장 먼저 시작했다. 관련 정책도 빨리 나왔다. 하지만 이젠 중국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치사슬 중 가장 약한 게 소재 분야다. 지금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겠다는 강한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뒤지지 않으려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친환경, 저전력, 고성능을 가진 나노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차별화해야 한다. 나노에 사활을 거는 중국과 글로벌 경쟁에서 격차를 벌려놔야 할 때다.

◇최미정=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해야 하는데 이때 나노 기술 역할이 크다. 인공지능(AI)칩도 지금과는 다른 반도체칩을 요구한다. 저전력 기술에서도 나노가 힘을 발휘한다. 모든 센서는 초소형화, 고기능화 되는데 이 또한 나노가 핵심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CT 분야는 한단계 도약해야 하는데 이때 나노가 기존 기술이 해결하지 못한 많은 부분에서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이다.

◇사회=경쟁 산업이나 기술과 비교해도 나노는 지난 15년간 좋은 성과를 보여줬다. 나노 기술이 사업화되면서 산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나노가 산업적으로 어떤 성과를 보였고 우리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현장 목소리를 듣고 싶다.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결산 지상 좌담회>

◇강득주(제이오 사장)=나노가 산업 현장에 미치는 영향을 매일 느낀다.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나노를 요구한다. 그만큼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정 정도 이상 나노가 쪼개지면 특수한 색으로 바뀐다. '리얼블랙'이 나온다. 이런 나노를 활용해 고급차 색깔에 이용하겠다는 문의도 있었다. 탄소나노튜브로 필터를 만들겠다는 회사도 있었다. 자동차 경량화 추세에서 나노를 활용해 플라스틱 강도를 높이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최근 자동차, 오토바이, 스포츠 용품 등은 모두 나노 소재를 활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에너지 저장 분야에서 나노를 활용, 배터리를 오래 쓰고 용량을 늘리는 연구가 한창이다. 자동차 배터리 열을 잡는 기술도 나노를 통해 해결한다. 나노에 대한 지원이 지속 확대돼 중소벤처에 먹거리를 창출하는 분야로 평가되길 바란다.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결산 지상 좌담회>

◇이병구(네패스 회장)=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인간 평균 수명이 100세가 넘는다. 지금까지 생존방식으로는 안 된다. 인간 모든 생활 패턴이 바뀐다. 로봇과 빅데이터가 중요해진다. 빅데이터를 예로 들면 이를 다루기 위해서 어마어마한 서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사용해온 반도체 재료와 성능이 모두 나노 베이스로 바꿔야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도 고스펙돼야 하기 때문에 초미세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도 나노가 요구된다.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추진할수록 부강한 국가가 된다고 본다. 늦어지면 손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4차 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은 것 같은데 보다 새롭고 다양한 일자리가 생긴다는 식의 홍보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나노가 정말 우리 삶 많은 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앞으로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이희국=주력 산업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할 때 나노를 통해 가치를 한층 더 올리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나노는 융합산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상상력이 요구된다. 또 나노는 수많은 인재가 몰려있는 곳이다. 나노를 공부한 인재가 연구소, 기업으로 가서 다양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모멘텀을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을 바꾼 나노]<결산 지상 좌담회>

◇김기범(나노기술연구협의회장)=우리가 문명을 이야기할 때 주로 물질을 이야기한다. 인류가 어떤 소자를 사용해서 시스템과 부품을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현재 산업계에선 나노가 핵심 소자가 됐다. 대학에서도 15년 전에 나노는 아예 새로운 개념이었다. 물리, 화학, 생명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 등 대다수 학문의 핵심엔 나노가 다 자리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핵심 기술과 기반에는 나노가 힘을 발휘해왔다. 대학시스템을 보면 학문의 핵심은 물질이다.

분수가 있으면 물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를 보게 된다. 지금 나노 산업은 아직 초기단계다. 이제막 물이 고이기 시작한 단계다. 보이지 않는 저 밑 물을 꾸준히 끌어올려 넘칠 수 있도록 다방면 투자가 필요하다.

◇최미정=나노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나노에 대한 정부 투자가 줄어들진 않았데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야기가 많다. 산업부, 미래부에서 지원하지만 아직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도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른 분야 이슈가 좀 더 강하게 제기되는 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정대진=세계 경제포럼에서 4차 산업 대표기술 7개를 꼽았다. 컴퓨팅, 빅데이터, 스토리지, 인공지능 등이다. 모든 기술이 모두 나노와 연관돼 있었다.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것은 센서다. 2020년까지 센서 1조개가 지구상에 뿌려진다고 한다. 모레알만큼 많은 센서가 모든 디바이스와 사람에 붙어있는 것이다. 지능형 센서 시대가 되면 이 또한 나노 센서가 돼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기업과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게 필요하다. 나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만큼 정부에서도 각종 예산이나 전문인력 등에 더 신경을 쓰겠다.

◇사회=지난 정권 때 전략 과제를 보면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거기에 나노는 없었던 것 같다.

◇최미정=예를 들어 미세먼지 해결 과제 등도 보면 모두 기저에는 나노가 녹아들어 있었다.

◇정대진=과제 안에는 다 녹아들었으나 타이틀에 나노가 안 들어간 것 같다.

◇김기범=나노를 어떻게 업적으로 정량화할지, 회사를 정의할 때도 어떻게 나노 기업을 정의할지가 쉽지 않다. 어떻게 보면 나노 기업이고 다르게 보면 아닌 경우가 있다. 그게 딜라마라고 본다.

◇사회=새정부가 출범하며 어젠다로 나온 게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육성이다. 나노는 일자리 창출효과도 있고 우수 인재 양성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대다수 나노 기업이 중소기업인 것 같은데 새정부 기조와 나노, 어떻게 연결될까.

◇강득주=예를 들어 빌딩관련 나노 기업을 살펴보면 빌딩 소재 만드는 회사, 소재 분산하는 회사, 페인트 필터 만드는 회사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나노가 녹아들어 있다. 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먹거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나노와 중기벤처 육성은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대진=나노는 중소기업에 적합한 분야이지만 현실에서는 나노 분야 전체 매출 97%가 대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나노를 다루는데 고가 정밀 장비, 고급 인력이 필요하지만 만만치 않다. 중소기업이 나노 융합 문야에 뛰어들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정부 역할이다. 미래부, 산업부 등 다양한 부처가 함께 기업 어려움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다.

◇사회=오늘 나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나노 발전을 우해 제언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이병구=중소기업이 잘하는 분야가 바로 소재다. 소재는 규모가 작아서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혼자 힘으로 나노 연구개발, 사업화를 이끌기는 쉽지 않다. 순도 98%를 99%로 끌어올리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 비용이 요구된다. 정부에 기업 목소리를 듣는 창구 역할을 하나 만들길 건의하고 싶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과 어려움을 토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통로를 말한다. 새정부가 공공일자리를 늘리려 하는데 이런 분야에 일자리를 창출해도 좋을 것 같다.

◇이희국=기술 개발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 나노 기술이 많이 있지만 90% 이상은 세상에 빛을 못 본다. 나노조합에서도 나노기술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개수가 아직 제한적이다. 지속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기범=중기벤처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잇는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하는 사람들은 제품과 기술 안전성, 표준화, 분석 장비 등이 필요하다. 분석이나 측정 장비가 공단마다 있어 본인 기술에 대한 빠른 피드백을 받는 인프라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이병구=재료, 화학 부문에 대한 측정, 장비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재료에 특화한 분석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기업이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 같다.

◇강득주=기술을 사업화로 연결시켜주는 T2B센터가 여러 군데 많아졌으면 좋겠다. 학교와 기업간 기술 연계도 활성화되면 좋을 것 같다.

◇최미정=오늘 다양한 논의를 듣고 정책에 반영할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계속 새로운 것만 하는 것은 답은 아닌 것 같다. 다양한 인프라를 고민하면서도 15년 전 구축했던 장비가 달라진 기술 트렌드에 적합지 않은 부분도 살펴야 할 것이다. 미래부와 산업부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더 고민해보고 싶다.

◇정대진=나노는 일자리도 만들고 중소기업 친화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분야다. 나노는 앞으로도 인류 미래를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지금까지 많은 고생을 했다. 나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프레임도 바뀔 부분이 있다. 나노는 공기 같은 존재다.

◇사회=나노는 15년간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으나 아직 배가 고픈 것 같다.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더 많은 분야다. 산업적 파장 효과가 크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점도 아쉽다. 언론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앞으로 대한민국 나노가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다같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정리=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