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만든 전기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는 시대가 왔다. 전기차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나타난 결과다. 엔진 대신 구조가 다소 간단한 모터 시대가 왔다. 글로벌 대기업만이 가능하던 완성차 시장에 중소기업 도전의 역사가 시작됐다.5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쎄미시스코와 대창모터스가 개발한 초소형 전기차 'R3'와 '다니고(DANIGO)'가 각각 8월과 9월 시장에 나온다. R3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부터 차량 운행에 필요한 각종 인증 절차를 마치고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환경공단의 '전기차 보급 대상 평가'만을 남겨 뒀다. 대창모터스는 국토부, 환경부 인증 절차에 들어갔다. 계획대로 인증에 통과한다면 보조금(대당 578만원) 자격까지 획득한 최초의 중소기업이 된다.
이들 회사는 독자 기술로 완성한 전기차 개발뿐만 아니라 생산, 판매, 정비 등 후방 인프라까지 갖췄다. 대기업 영역으로 꼽히던 완성차 시장의 도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쎄미시스코는 최근 5800평(약 1만9286㎡) 규모의 생산 공장을 마련했다. 배터리(셀)와 모터를 제외한 생산부터 실주행 테스트, 품질관리(QA) 등 전문 설비를 갖췄다. 여기에 4S(영업·정비·부품교환·고객관리시스템) 기능을 갖춘 직영 판매점을 제주시와 세종시에 마련했다. 내년 초 서울에도 4S 판매점을 열 예정이다. 전국 약 1500여개 정비 망을 갖춘 마스터자동차관리를 통해 사후관리(AS) 등 고객 대응에 나선다.
대창모터스는 충북 진천에 자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달 대구 지역 국가산업단지에 2만3000㎡(7000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 초소형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여기에 본격 판매를 위해 자체 판매·AS망도 구축하고 있다. '다니고'는 이미 대기업 업무용 차량으로 대량 공급이 확정, 고객까지 확보한 상태다.
새안도 최근 역삼륜 전기차 '위드유(WID-U)'를 공개하고 예약에 들어갔다. 위드유는 3.98㎾h 급 탈착식 나노리튬폴리머배터리를 장착, 1회 충전 시 100㎞를 주행하도록 설계했다.
카메라 모듈 전문 업체 캠시스는 초소형 전기차 'PM-100'을 내년 2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전용 플랫폼과 고효율 파워트레인 등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 중심의 전기차 생태계인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까지 만들어졌다. 박영태 캠시스 사장을 중심으로 전장 부품업체와 관련 연구기관 등이 모여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오충기 대창모터스 사장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부품 모듈화가 쉬워 자동차 제조 진입 장벽이 크게 낮다”면서 “초소형 전기차부터 시장·기술 경험을 쌓은 뒤 고속 승용차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