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중국은 (북한 제재에) 결정적 키를 가지고 있다”며 “내일 시진핑 주석과 만나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 역시 “이번 G20을 통해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이 북한에 대해서만큼은 한 목소리로 일치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과 북핵문제, 통일문제, 자유무역, 동반자관계, 평창동계올림픽 등 한반도 정세와 양국 관계 전반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15분이나 넘기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전향적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는 것에 대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국제적 제재와 압박도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 참여가 없다면 실효를 거둘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수년간 이란 핵 협상을 하면서 느낀 것은 대화와 협상이 없다면 군사적 리스크는 훨씬 높아진다는 점”이라며 “오늘 내가 시진핑 주석과 만나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책임과 노력을 말했고, 내가 느끼기에 이들이 이제 행동에 나설 것 같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앞서 독일의 통일 경험을 언급하면서 “통일이 어떤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없지만 독일의 경우를 보면,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현실적 어려움은 있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이 있다”고 격려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구상 마지막 냉전지대인 한반도에서 냉전을 허무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한반도는 독일보다 분단 기간이 길었고, 독일이 주변국가의 우호적 분위기였던데 비해, 한반도는 주변국가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고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어 긴장감이 높아지다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적으로 강도 높은 제재와 압박을 높이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나, 결국은 대화와 평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독일이 분단을 극복해 냈고, 이란과 미국을 중재하여 핵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으므로 그런 측면에서 독일의 도움을 청하고 싶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