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형 연구개발, 후방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미래 디스플레이 성패 가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질적 취약점으로 제기돼온 기초 기술 확보, 인재 양성, 부품·소재 경쟁력 강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올라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1등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미래 기술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표준화하는 '퍼스트 무버형 연구개발(R&D)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5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웰리힐리파크에서 진행된 '제12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 워크숍' 일환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미래 기술을 성공적으로 발굴·개발하려면 가장 기본인 기초 기술력 강화, 꾸준한 인력 양성, 부품·소재·장비 기술력 강화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인공지능 기반의 새로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실현할 첨단 디스플레이 기술을 상용화하려면 장비·재료·부품에 걸친 후방산업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액정표시장치(LCD) 선도국인 일본을 추격해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국가로 올라섰고 새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연 '퍼스트 무버'가 됐지만 이에 적합한 연구개발 체계가 없다는 점도 큰 위기로 지적됐다.

5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웰리힐리파크에서 '제12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 워크숍'이 열렸다. 첫 날 열린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 오갔다. (사진=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
5일부터 7일까지 강원도 웰리힐리파크에서 '제12회 디스플레이 국가연구개발사업 총괄 워크숍'이 열렸다. 첫 날 열린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 오갔다. (사진=한국디스플레이연구조합)

이창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성공한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이미 선두주자가 있는 만큼 실패 위험이 적은 게 특징”이라며 “하지만 퍼스트 무버는 한 번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어서 실패 위험이 크므로 이에 맞는 퍼스트 무버형 연구개발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학선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표준화를 선도한 국가가 결국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되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신기술 표준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학과 기업 간 소통이 부족하고 대학 인력 현장경험이 부족해 필요한 핵심기술 개발에 시간이 걸리고 신기술 타당성을 검증할 툴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유럽 아이맥(IMEC) 같은 산학연 공동연구 플랫폼이 없어 신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테스트하고 검증할 방도가 없다”며 “장비·재료·패널 업체가 합심해 공동으로 미래 기술을 개발하고 표준을 주도하는 공동연구 플랫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혜용 삼성디스플레이 전무는 인재 양성과 수급을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인력을 채용하려고 보니 대학 연구비가 줄어서 다른 연구 분야로 전환하는 등 인력 이탈이 많아 필요한 인력 채용이 쉽지 않다”며 “기업이 초격차 기술을 만드는 노력을 아무리 하더라도 인력 수급이 꾸준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토로했다.

신규순 동진쎄미켐 연구소장은 “디스플레이, 배터리 핵심재료는 기술 장벽이 높아 국내에는 사실상 선두기업이 없어 위기”라며 “재료 개발에 수십년이 걸리는 만큼 장기연구에 인색한 국내 정서가 바뀌어야 하고 학계와 국책연구소에서 기초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회장인 김용석 홍익대 교수는 “정보디스플레이학회지(JSID) 상위 10위에 한국 논문이 하나도 없고 중국과 일본이 상위를 차지했는데 최근 5년간 이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영향력 있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연구가 한국에서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는 최근 한국 디스플레이 연구가 지나치게 단기적이고 제품 위주로 편향됐음을 보여준 것이어서 미래 준비에 소홀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횡성(강원도)=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