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놓고 행정조치 공백 장기화가 우려된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사실상 현장 작업은 중지됐지만 공식적인 행정조치는 완료되지 않았다. 사업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어 일시중단을 승인해야 하지만 법적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6일 정부와 원자력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신고리 5·6호기 건설 일시중지 협조요청을 받은 이후 현장시설 유지를 위한 단순 작업 외에는 작업지시를 내리지 않고 있다.
공사 일시중단을 위한 현장 조치는 이뤄졌지만 중단 근거에 해당하는 행정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일시중단을 최종 결정하는 한수원 이사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
7일 정기이사회가 소집되지만 신고리 5·6호기는 현황 설명과 사전 논의에 그칠 전망이다. 최종 중단 결정을 내릴 별도 이사회는 이르면 다음 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수원은 대통령, 산업부로부터 일시중단이라는 난제를 넘겨받았지만 자체 결정에 따를 부담이 커서 고심 중이다. 산업부가 명령이 아닌 협조요청으로 일시중단 관련 공문을 보낸 탓에 결정의 최종 책임은 한수원 몫이 됐다.
이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때와 비교된다. 한수원은 2016년 6월 1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권고하자 바로 다음날인 16일 이사회에서 계속운전 미신청을 결정했다.
당시에도 2차 계속운전 가능여부에 논란은 있었다. 정부와 한수원이 사전에 오랜 기간 조율작업을 펼치면서 영구정지에 이르렀다.
반면에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결정은 사전 조율 없이 대통령 지시와 국무회의 논의라는 전형적인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했다.
한수원이 이사회를 소집하면 정부의 요청대로 일시중단 결론을 내릴 공산이 크다. 이사진 면면을 봤을 때 반대의견으로 모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과 실패 시 이사진 총사퇴가 불가피하다는 것도 반대의견을 내기엔 부담요인이다.
문제는 명분이다. 이사진이 일시정지 안건을 통과시키려 해도 해당 결정을 뒷받침 할 근거가 마땅하지 않다. 정부는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언급했지만,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이를 명분으로 삼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근거법령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전기사업법과 원자력진흥법과의 충돌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조차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기로 한 것을 한수원 이사회가 먼저 결론을 내야하는 셈이다.
또 다른 갈등 원인으로 꼽히는 현장 협력업체 보상방법도 이사회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약 3개월로 예상되는 일시정지 기간 동안 협력업체 인건비와 장비대기 비용 등을 보상할 계획이다. 지급방법과 대상·한도 등을 고민해야 한다.
벌써부터 줄소송 사태가 우려된다. 이미 신고리 원전 현장은 인부와 주민의 농성이 계속되면서 소송전이 예고됐다.
원자력 관계자는 “공사 일시중단 부작용 최소화가 한수원 이사회의 고민일 것”이라며 “정작 결론은 상부에서 다 했는데 어려운 일은 한수원이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