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판매가 부진한 국내 자동차 업계가 노동계의 여름철 투쟁인 '하투(夏鬪)'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생산이 최근 7년 사이 최저치로 떨어진 가운데 비교적 노사 관계가 원만했던 르노삼성차와 쌍용차까지 노사 갈등 조짐이다. 올해 하반기 사상 최악의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3년간 누적 적자액이 2조원에 육박하는 한국지엠 노조는 가장 먼저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30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냈다. 6일과 7일 진행될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열흘간의 조정 기간 후 본격적인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지엠은 △기본급 5만원 인상 △연말까지 성과급 400만원 지급 △협상 타결 즉시 500만원 격려금 지급 등의 협상안을 내놨다. 하지만 노조는 임금 조건 외에 △8+8시간 주간 연속 2교대제 월급제 시행 △공장별 생산 물량과 차종 확약 등을 주장하며 사측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들어 GM 본사의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시장 철수로 수출이 크게 줄어든 데다 내수도 40% 가까이 감소하면서 회사의 존립 자체가 우려되는 위기 상황이다. 2015년 부임한 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도 이달 3일 돌연 사임하면서 GM의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기아차 노조도 지난달 30일 파업 준비를 위한 쟁의 발생을 결의하고 이달 3일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29일 사측의 통상임금 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기아차 노조는 총액임금을 더 늘려야 한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올해도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노조가 올해 파업에 돌입하면 6년 연속이다. 현대차 노조는 6일 20차 임단협 교섭에서 사측에 일괄 제시안을 요구했으나, 제시안이 나오지 않자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중노위에 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11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을 결의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15만4883원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총고용 보장 합의서 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24차례에 이르는 파업과 12차례 특근 거부로 14만2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3조1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부터 소형 SUV 신차 '코나'의 출고를 시작했고, 하반기 '제네시스 G70', '신형 벨로스터' 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도 올해 임단협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양사 노조는 그동안 사측의 입장을 많이 수용해 온 만큼 올해는 물러설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며 기본급 15만원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무분규 교섭을 달성한 쌍용차 노조도 올해는 기본급 11만8000원 인상 등을 요구하며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신차들의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