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개발과 시험·인증을 위한 핵심 연구개발(R&D) 설비인 대형 수조시스템 구축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지난 상반기에 세계 조선 발주량이 소폭 상승하는 등 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 주는 이정표로 분석된다.
9일 조선업계와 수조 설비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신형 수조시스템 구축에 나서거나 신규 구축을 추진하는 등 국내외 조선사 및 해양플랜트 연구기관이 대형 수조시스템 신규 구축에 속속 나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서울대와 공동으로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200m급 예인 수조를 구축, 고속 함정 등 해양 무기 체계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미뤄 놓은 친환경 선박 및 특수선 개발을 위한 신형 수조시스템 구축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부산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플랜트기자재 시험용 심해공학 수조를 건설하고 있다. 중소조선연구원도 오는 2021년까지 건립하는 '중소형 고속선박 설계지원센터'에 길이 400m, 폭 8m 규모에 최고 속도 20m/s인 고속 예인 수조를 구축한다. 레저용 보트를 비롯한 차세대 쾌속선 개발과 지원에 활용한다.
중국 조선사들도 대형 수조시스템 구축을 확대하고 있다. 상하이선박운수과학연구소는 올해 초 길이 225m 규모의 대형 예인 수조 건설에 착수하는 등 3, 4개 기업과 기관이 대형 수조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싱가포르도 싱가포르국립대에 해양플랜트용 심해공학 수조를 구축한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대형 첨단 수조시스템 구축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조선업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산업 통계 조사 전문 기관인 클락슨리서치는 지난 상반기 세계 조선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6.4% 상승한 것으로 발표했다.
국내 조선업계도 올해 선박 수주량에서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탈환하는 등 수주량을 점차 회복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친환경 첨단 선박에 대한 수요에 대비, 사전에 연구개발(R&D)용으로 구축하려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해사기구(IMO) 산하 국제수조설비연합(ITTC)은 조선해양플랜트산업 경기가 회복되고 친환경 첨단 선박 수요가 예상되면서 수조 설비 투자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