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수첩] 원전논란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여의도수첩] 원전논란의 정치화를 경계한다

“정치권이 원자력 논란에 불을 붙였네요. 그들만의 싸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국민과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에너지 분야의 취재원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최근 쓴 기사를 봤다며 운을 뗀 문자엔 현 상황에 대한 우려가 담겨있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지만 이들 논란이 정치화되는 것 또한 경계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이행 일환으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계속 여부를 공론화해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논란이 일었다. 갑작스레 공사를 일시중단하고, 비전문가 중심으로 공론화를 이끌겠다고 한 일방통행식 접근이 도마에 올랐다.

논란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특별위원회'를 꾸렸다. 다른 야당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원전은 우리 에너지 정책의 핵심이자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정치권이 원전정책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정치권의 접근방식을 놓고 걱정이 앞선다. 그동안 사회적 현안이 정치판으로 옮겨지면 본질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특정 집단의 권력을 위한 논쟁으로 변질되고, 국민의 이익은 무시됐다. 진영논리에 갇혀 오로지 '우리'만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과장된 정보와 극단적 시나리오가 판을 쳤다.

원전 정책은 언제나 논란이 뒤따랐다. 효율성과 안전·환경이라는 가치가 대립했다. 가치의 선택은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 말 한마디로 수십년 동안 이어온 에너지정책이 갑자기 뒤바뀌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야당이 에너지정책을 공격수단으로 다루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맹목적 싸움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제안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가 없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