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려면 행정 대수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구 현장에서 중복·낭비되는 행정 역량을 조정하면 현장 밀착 지원이 가능하다. 규정,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면 연구자가 제도 학습에 덜 얽매인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행정 개편, 연구 관리 시스템 통합 같은 해묵은 과제가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당장 2019년부터 연구비 통합 관리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부처 별로 제각각 운영해 온 17개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2개로 줄이는 게 골자다. 앞으로 연구자는 두 시스템 사용법만 익히면 모든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대학·출연연 위주의 미래부 이지바로(Ezbaro), 기업 위주의 산업통상자원부 실시간연구비관리시스템(RCMS)을 사용한다. 두 시스템은 현장 연구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것이어서 적응도 쉽다. 하반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4개 부처·청 시스템을 우선 통합한다. 2019년에는 전 부처의 R&D 사업 연구비 관리 시스템이 모두 통합된다.
연구비 관리 시스템 통합은 전체 연구 관리 체계 효율화 첫 단추다. 과학계는 규정 및 기관의 통·폐합으로 이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은 부처, 기관별로 각기 다른 규정을 남발해 연구 현장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미래부 관계자는 “연구비 관리 시스템은 연구 행정 효율화 출발점으로 부처별로 중복·난립한 연구 관리 규정을 재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관리 전문 기관의 통·폐합에는 적잖은 잡음이 뒤따른다. 정부 부처 R&D 과제를 발주하고 관리하는 전문기관은 통계에 따라 20~30여개에 이른다. 분야·기능별로 5~6개 기관만 있는 선진국과 대조된다.
과학계는 기관 난립이 규정·시스템 난립의 뿌리라고 지적한다. 규정을 재정비해도 기관별로 다시 규정을 만들면 원점으로 돌아간다. 사실상 기관의 구조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과학계 관계자는 “20~30개나 되는 연구관리 기관을 한꺼번에 통폐합하는 것은 현실상으로도 불가능하고, 갈등도 심할 것”이라면서 “과거 사례를 참고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부터 점차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 R&D 생태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출연연에도 행정 개혁의 바람이 불어닥친다. 문 대통령은 출연연의 단순 행정 기능을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에 '집중'한다고 공약에 명시했다. 출연연별로 수행해 온 중복 행정 기능은 NST로 통합하겠다는 말이다. 미래부와 NST는 최근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