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이번 'KAIST AI를 선도한다' 시리즈를 통해 KAIST가 연구하고 있는 최첨단 인공지능(AI) 개발 모습과 AI를 적용한 미래 전략 연구를 심층 조명했다. 이를 산업 성과로 연결할 학내 창업교육 환경과 생태계도 함께 살펴보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전기 및 전자공학부 중심 교육·연구 현장만으로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AI도 일종의 소프트웨어(SW) 기술인데 그동안 너무 하드웨어 중심으로 다룬 감이 없지 않다. KAIST SW 교육 중심인 전산학부의 교육·연구 현황과 방향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은 AI 기술이다. AI를 비롯한 SW 기술은 인체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지각기능을 통해 현실 세계 환경과 사물을 인식한다. 이를 면밀히 분석해 손과 발 역할을 하는 산업용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를 활동시킨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AI 기반 기술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KAIST(총장 신성철)가 추진하는 혁신은 대체 불가능한 AI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이를 토대로 모든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강력한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수행하는 KAIST의 양대 축이 바로 전기 및 전자공학부와 전산학부다.
특히 전산학부는 전산화한 논리체계로 알고리즘 솔루션을 구축해 SW와 AI 기술을 개발한다. AI는 전산학이 집중하는 SW 산물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최근 들어 전산학부가 점점 커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신입생 881명 가운데 전산학부 신청자가 138명이다. 전기 및 전자공학부(127명)보다 큰 규모다.
전산학부는 SW 중요성이 부각되면서부터 성장을 거듭했다. 2012년 52명에 불과하던 학생 수가 4년 만에 2.5배 이상 늘었다. 수강 비율도 2015년 26.2%에서 지난해 가을 39.7%로 급상승했다.
졸업생 창업도 활발하다. 네이버와 넥슨을 비롯한 80여개 벤처기업이 전산학부 출신이 창업했다. 상장사도 8개나 된다.
전산학부 교육은 전문성과 창의성 제고에 중점을 둔다. AI를 비롯한 SW 교육은 성능, 안전성, 편의성, 확장성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이들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통합된 전문지식을 심어준다. 여기에 팀과 프로젝트 중심 커리큘럼으로 창의성과 실전 감각을 더한다.
차상길 교수의 정보보호실습 수업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의해킹 실습을 진행한다. 이론과 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교육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시되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 구축을 위해 김주호 교수가 마련한 컴퓨터 상호작용 개론 수업도 주목받고 있다.
류석영 교수의 프로그래밍언어 수업은 실제 프로그래밍 언어를 학습·구현해 스스로 SW를 구축하는 통합적 사고를 배양한다. 학생들의 창업 의지를 다지는 수업도 있다. 1000억원대 자산가이자 전산학부 동문인 장병규 본엔젤스 벤처 캐피탈 설립자가 강연하는 스타트업과 집중 프로그래밍 캠프 수업이다. 최근 학생들에게 호평받는 과정 가운데 하나다.

전산학부가 개발한 AI 및 SW 기술은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많은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일례로 김민혁 교수는 카메라 한 대로 특정 사물과 떨어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을 개발했다. 자율주행차, 드론과 같이 센서를 활용하는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그동안은 두 대의 카메라로 '양안시차'를 계산해야 거리를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외눈으로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 교수 연구팀은 빛이 P파와 S파로 구성됐다는 점을 이용했다. 카메라에 P파, S파가 달리 굴절토록 하는 '방해석'을 설치해 서로 다른 상을 구현했다. 상이 맺히는 위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물체 위치를 역추정할 수 있다. AI 모델로 상 정보, 영상속 위치 정보를 분석했다.
류석영 교수는 자바스크립트 소스코드를 분석해 취약성과 오류를 자동으로 수정해주는 '세이프(SAFE)' 기술을 만들었다. 스마트기기에 많이 쓰이는 자바스크립트는 편의성이 높은 대신 보안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프로그램 문법을 확인해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기능이 제한적이다. 류 교수팀은 코드 문법부터 구조, 웹페이지, 웹앱까지 심층 분석하는 체계를 만들어 보안성을 높였다. 이 기술로 2013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구글 패컬티 리서치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성주 교수의 사회적 상황인지 스마트폰 알림시스템, 신인식 교수의 안드로이드보안시스템 '플렉스드로이드' 등도 AI를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만들어 낸 성과다.
김민혁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KAIST 노력과 비전은 AI를 비롯한 SW 기술 수준으로 성패가 갈린다”면서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AI 기술 고도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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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학부 강의 수강생 중 타학과 학생 비율, 단위 :%>
<전산학부 박사 졸업자 진로 현황, 단위 :%>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