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기아차, 美 세타Ⅱ엔진 리콜 시작…NHTSA “조사는 계속”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세타Ⅱ엔진 리콜을 발표한 지 약 세 달 만에 리콜을 시작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서 현대·기아차가 제출한 리콜계획서를 검토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NHTSA 측은 이번 119만대 규모 리콜에 대해 승인했지만, 2015년 실시한 리콜과 함께 계속해서 적정성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세타Ⅱ 2.4 GDI 엔진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세타Ⅱ 2.4 GDI 엔진 (제공=현대자동차)

12일 업계에 따르면 NHTSA는 지난달 23일 현대·기아차가 제출한 세타Ⅱ엔진 결함 보고서 및 리콜계획서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딜러사에게 리콜 대응 방안에 대해 전달했고, 이달 초 리콜 대상 운전자들에게도 리콜 통지서를 송부했다. 본격적인 리콜은 이달 중으로 시작한다.

현대·기아차 미국법인은 지난 3월 31일 현대차 57만2000대, 기아차 61만8160대 등 총 119만160대 차량 리콜을 확정하고, NHTSA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YF쏘나타 북미 모델 (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YF쏘나타 북미 모델 (제공=현대자동차)

리콜 대상 차종은 쏘나타 2013~2014(YFa), 싼타페 2013~2014(AN), K5 2011~2014(QF·현지명 옵티마), 쏘렌토 2012~2014(XMa), 스포티지 2011~2013(SL) 등 5개 차종이다.

현대·기아차 세타Ⅱ엔진 미국 리콜은 국내와 비슷하게 진행한다. 딜러 서비스센터에 입고된 차량 엔진소음 검사를 통해 엔진 교환 여부를 결정한다. 소음검사는 진단 장비로 소음 값을 최대 세 번 측정해서 결함 여부를 판단한다. 때문에 NHTSA 측은 국내 리콜 현황과 대응에 대해서도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리콜도 국내처럼 대상 차량 전체 엔진 교환이 아니라, 검사 결과 이상이 나타나는 차량만 엔진을 바꿔주는 것이다. 이는 세타Ⅱ엔진을 생산하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청정도 때문에 일부 차종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현대·기아차 주장을 NHTSA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엔진 제조 과정에서 커넥팅 로드 베어링 관련 부품이 균일하게 가공되지 않은 게 원인으로 이 경우 기름이 샐 가능성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로 인해 엔진 온도가 상승하면 시동이 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현대자동차 로고
현대자동차 로고

NHTSA 측은 “이번 리콜 계획서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리콜을 승인했다”면서 “다만 지난달 20일 착수한 이번 리콜과 2015년 리콜에 대한 적정성조사는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NHTSA는 현대·기아차가 제출한 리콜 보고서와 지난해 현대차 공익제보자 김광호 전 부장이 전달한 내부 보고서를 비교해 세타Ⅱ엔진 결함 원인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에는 세타Ⅱ엔진 리콜 계획 적정성 조사를 위해 현대·기아차 엔진 연구팀과 품질관리팀이 미국으로 소환해서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현대·기아차는 NHTSA 리콜 적정성 조사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뒤, 몇 달간 적정성 조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4월 세타Ⅱ엔진 장착 차량 5개 차종 17만1348대에 리콜 계획안을 제출한지 하루 만에 국토교통부로부터 승인 받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현대·기아차가 NHTSA 조사 결과를 신경 쓰는 또 다른 이유는 2015년 실시한 세타Ⅱ엔진 장착 YF소나타 47만대 리콜에 대한 적정성 조사도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 엔진을 장착한 2011년·2012년식 쏘나타가 소음이 심하고 주행 중 엔진이 꺼지며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현대차는 그러나 이번 조사를 통해 결함 원인과 리콜 규모 및 방식 등에 대해 다시 살피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에서 과거 실시했던 리콜은 미국 법과 절차를 준수해 시행됐으며, NHTSA의 리콜 적정성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