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신차 '스팅어'를 알리기 위해 차량 구매 고객에게 증정하는 시승권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온라인 중고 거래를 통해 현금화되는가 하면 이를 악용한 판매 사기까지 등장했다.
신차 구매자 지인들에게 체험 기회 제공이라는 발행 취지와 다르게 사용되면서 기아차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12일 한 포털사이트 스팅어 동호회와 중고장터 게시판에는 스팅어 시승권 판매와 관련된 게시글이 수십 건 이상 등록됐다. 스팅어를 구매하면서 기아차로부터 제공받은 2박3일 시승권을 판매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아차는 스팅어 구매하고 멤버십 카드를 신청한 고객에게 2박 3일(48시간) 동안 스팅어를 체험할 수 있는 시승권을 제공한다.
고급스러운 포장지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바우처'라고 표기된 시승권에는 '스팅어만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는 있는 특별한 기회를 소중한 분들과 나누어 보십시오'라고 적혀있다.
기아차는 신차 출시 초반 구매 고객 250명에게 시승권 2매를 제공했고, 현재는 1매를 증정하고 있다.
시승권을 받은 고객은 표기된 고유번호로 시승센터에 예약하면 누구나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주변 지인들에게 시승권을 선물해 차량을 홍보해달란 취지다. 기아차는 예약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장소에 맞춰 차량을 직접 가져다준다.

하지만 시승권은 기아차의 발행 목적과 다르게 차량 구매자들의 현금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일부 차량 구매자들이 시승권을 동호회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시승권은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렌터카 이용권이나 일종의 상품권처럼 거래되고 있다.
시승권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요즘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신차인 스팅어를 렌터카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서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찾는 이가 많아지자 10만원 초반대에 거래되던 스팅어 시승권은 10만원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현재 스팅어 시승권은 동호회와 중고장터에서 15만~18만원 사이에 거래되고 있다. 스팅어 구매자가 시승권 2매를 판매할 경우 30만~36만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 중고장터를 통해 시승권을 구매한 A씨는 “시승권을 활용해 이달 말 스팅어를 타고 가족과 여름 휴가를 떠날 예정이다”며 “차량을 원하는 곳에 가져다주고 보험까지 적용되므로, 동급 렌터카 대여료와 비교해보면 절반 이상 저렴한 셈”이라고 말했다.
스팅어 시승권이 활발히 거래되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스팅어 동호회 운영자 B씨는 “이달 들어 동호회에서만 2건의 시승권 판매 관련 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며 “피해 방지를 위한 공지글을 올리고 회원들에게 판매 사기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시승권이 중고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예상치 못한 상황에 난감한 입장이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