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적합 업종 시행 7년째를 맞고 있지만 여전히 해당 제도를 둘러싸고 대기업·중견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마찰 우려까지 제기된다.
중소기업계는 자본과 브랜드를 앞세운 대기업으로부터 골목 상권을 지키기 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대기업은 적합 업종으로 지정될 때 해외와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해당 업종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불만이 크다.
중소기업계는 현재 적합 업종이 강제성이 없는 만큼 일부 기업의 꼼수 진출이 계속되고 있어 법제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SPC삼립이나 CJ 등 일부 기업이 한식 뷔페, 음료수 자판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적합 업종 분야에 진출해 왔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민간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가 합의 도출과 공표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세부 절차와 이행 수단에 대한 법률 근거가 취약,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대기업의 상생의지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편법 진출, 합의 도출 과정에서 일부러 시간을 끄는 등 제도 이행력도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계는 지난달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생계형 적합 업종 특별법을 제정하고 동반성장위원회의 운영 규정을 개정, 중소기업 적합 업종 만료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위는 생계형 업종을 지정해서 골목 상권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초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이 생계형 적합 업종 사업 진출 시 부담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적합 업종을 법제화할 경우 FTA 등 통상 조약 위배로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와 같은 민간 합의 방식이 아니라 법으로 명시하면 통상 분쟁 대상이 될 수 있다. 정부 조치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고 사항인 특정 업종에 대한 진입 자제 등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같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소지가 있어 법정 논란도 초래할 수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14년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무역 장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구조 개혁 평가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진입 장벽도 점차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 관계자는 “기존의 적합 업종 제도에 더해 강제성을 동반한 특별법까지 도입된다면 국제 통상 마찰 문제는 물론 식품 부문 등 많은 분야에서 중견기업의 활력을 감소시켜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약자 보호라는 이념 접근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 기업의 실질 성장과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를 위한 합리 타당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