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주도해왔던 배터리 소재 시장에 중국 업체 경쟁력이 확대되고 있다. 강력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 이차전지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후방 생태계도 팽창하는 양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이차전지 4대 소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출하량이 크게 늘고 있다.
핵심 소재인 양극재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중국 최대 양극재 업체인 샨샨 출하량은 벨기에 유미코아와 일본 니치아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으로 올라섰다.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중국 쓰촨성 쑤이닝시가 2022년까지 30억위안(약 5000억원)을 투자하는 리튬이온 양극활물질 프로젝트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음극재 시장에서는 이미 핵심 소재인 천연 흑연 매장량이 풍부한 중국이 최대 공급처로 부상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천연흑연과 일본이 주도하는 합성흑연으로 양분된 음극재 시장에서는 중국 BTR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해액 분야에서도 캡켐(Capchem)이나 국태화영 등 중국 업체가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기술장벽이 높아 중국 업체의 비중이 낮았던 분리막 시장에도 중국 업체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기술력을 보유한 일본 아사히 카세이, 도레이 등 업체가 선두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중커(Xinxiang Zhongke), 진후이(Foshan Jinhui), 시니어 등 업체 출하량이 늘어나고 있다.
SNE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4대 소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양극재 70.4%, 음극재 57.7%, 분리막 38.8%, 전해액 68.1%다. 이 시장은 전기자동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이 예상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미 BYD와 CATL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는 글로벌 업체로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의 배터리 출하량은 2020년 107.5GWh로 글로벌 시장의 6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강력한 내수 시장을 무기로 전지 업체가 급성장하면서 관련 소재 공급 업체도 점유율을 크게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CATL 같은 업체는 이미 국내 업체에 견줄 만큼 기술력을 확보했고 소재 분야에서도 일본이나 현지업체 간 합작사를 활발하게 설립하면서 후방 생태계를 갖춰가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은 이차전지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을 보유한 국가로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는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 국가인 한국에는 위협이 되는 동시에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중국 소재 업체의 출하량이 크게 늘긴 했지만 아직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해 기술 격차가 존재하고, 특히 전기차용으로 널리 쓰이는 삼원계(NCM, NCA)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 관계자는 “일본은 이미 이차전지 공급망을 완벽히 갖추고 있는데다 해외 업체들의 진입에도 폐쇄적이어서 국내 기업에 큰 기회가 없지만 중국 내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한국산 제품을 모방해 만들 정도로 관심이 많다”면서 “올해 중국 매출 비중이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