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은 기계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금은 정책 기능이 사라지고 전략 기능만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시간을 두고 자연스럽게 정책 및 전략 전문가를 길러내 기계 산업의 정책 기능을 살려 나가겠습니다.”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은 기계 산업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정책 기능'을 기계연이 가장 먼저 정립해 나가야 할 정체성으로 꼽았다. 임기 중에 가장 하고 싶은 일도 '중장기 기계 산업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30여년을 기계연에서 연구에만 몰두해 온 기계연맨이다. 원장직을 맡은 지 3개월이 넘었음에도 아직 “연구 대신 행정을 책임져야 하는 역할이 낯설다”며 어색해 할 정도로 연구 활동이 몸에 밴 인물이다.
그는 생산 장비 분야에서 7~8년 동안 산업 기술 로드맵 작업을 해 본 경험을 살려 '중장기 기계 산업 로드맵' 만들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미 내부에서는 작업을 시작했다. 일몰 조직으로 연구개발(R&D) 센터를 만들었다. 4차산업혁명 R&D센터와 신기후체제 R&D센터다. 이곳에서 앞으로 추진해야 할 R&D 과제를 정리하고, 본부에서 선정한 대상 기술을 합쳐 로드맵 초안을 만들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정부 부처 관계자 및 대·중견기업과 대학 등을 중심으로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도 개최한다. 박 원장은 “로드맵을 만드는 일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꾸준히 준비해서 기계연이 국내 기계 산업 대표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그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본래 설립 목적이 대학이나 기업이 할 수 없는 연구를 하는 것”이라면서 “기계 산업 분야에서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연구에 집중하겠다”며 로드맵의 일단을 제시했다.
기계연을 본연의 미션에 충실한 기관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다. 가장 먼저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발맞춰 대형 기계기술 개발을 추진, 4차 산업혁명과 신기후 체제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기계는 모든 산업 분야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주역 기술 부문과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도 기계 기술 없이는 구현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지난 4월 기술 개발 및 산업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창출 전담 기구로 4차 산업혁명 연구개발(R&D) 센터와 신기후 체제 R&D센터를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를 통해 기계 기술 기반 연구의 저변을 넓히고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4차산업혁명 R&D센터는 자율 작업 및 제조를 위한 핵심 기술을 창출하고, 신기후체제 R&D센터에서는 미래형 발전 시스템 설계, 극저온 냉각 시스템, 고효율 열교환기 등 친환경 에너지 핵심 기술을 개발한다. 또 기계 산업 전반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곳에서 창출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연구소 기업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매년 4개 이상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계연은 실용화에 필요한 설계, 제조 공정, 장비화, 시작품 제작 등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화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박 원장은 “기계연이 학계와 산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큰 틀에서 기계 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자 한다”면서 “기계 산업 분야를 대표하는 정책 기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