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리콜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를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7월까지 리콜된 차량만 130만대에 육박한다. 하지만 리콜이 결정된 이후에도 대상 차량 10대 중 3대는 수리를 받지 않고 운행하고 있어 정부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산하 자동차리콜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6일 기준)까지 리콜된 자동차는 464개 차종 129만9052대에 달한다. 현재 제작 결함을 발견하고 리콜 시기를 조율 중인 차량을 포함하면 올해 리콜 대수는 역대 최고치였던 2004년 연간 136만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리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산차의 판매 차종 다양화와 수입차의 성장세가 맞물리면서 여러 제작 결함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전장 부품의 장착 비율이 늘면서 제작 결함이 뒤늦게 발견되는 것도 리콜 대수가 증가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직접 차량 결함 내용을 신고해 리콜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올해 자동차 리콜 중 67%는 현대·기아차와 관련됐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4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그랜저와 스포티지 등 5개 차종 17만1348대를 리콜했다. 6월에는 제네시스와 쏘나타 등 12개 차종 23만8321대를 청문회까지 가는 진통 끝에 강제 리콜하는 등 두 번의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쏘렌토 에어백 클락 스프링 경고등 점등, 제네시스 ECU 불량, 봉고3 ECU 불량 등 추가 결함 조사를 받고 있어 올해 리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리콜 대상 가운데 실제 리콜에 통해 결함을 수리하는 시정률은 지난해 7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리콜 대상 10대 가운데 3대가 확인된 결함에 대한 무상 수리조차 받지 않은 셈이다. 리콜이 결정되면 해당 제조사는 소유자에게 우편으로 리콜 사실을 알리고 있지만, 제조사에 시정률 자체를 강제하는 조항은 마련돼 있지 않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경우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통해 자동차 회사의 적극적인 리콜을 유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업체들이 결함을 숨기거나 리콜에 늑장 대응할 경우 차량 판매액의 수십 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징벌적 손해 배상제 등 강력한 법적 규제를 가한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자동차 회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리콜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은 아직 리콜 관련 법규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느슨한 편”이라며 “정부가 리콜과 관련 법규와 제도 개선에 앞장서 결함 시정률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