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법원이 영어로 재판을 진행하는 국제재판부 신설을 추진하고 있지만 외국인이 영어 때문에 한국 법원에서 특허 분쟁을 진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해외 분석이 나왔다. 특허 분쟁을 다툴 법원을 택할 때 중요한 요인은 침해금지처분과 손해배상액 등 실질적인 특허 침해 구제책이고, 언어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란 것이 주 이유다.

영국 특허매체 아이에이엠(IAM)은 14일(현지시간) 한국 특허법원이 최근 과감하게 영어재판을 시도했지만 이러한 변화로 한국이 외국인 특허권자에게 매력적인 법정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허법원은 지난달 28일 3M이 특허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영어로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한국어로 소송을 지휘하면서 일정 범위에서 영어로 의견을 밝혔고 동시통역도 제공했다.
IAM은 우선 지난해 관할집중한 특허법원이 예측가능성·신속성 제고 차원에서 소송 매뉴얼을 발간했고, 외국인의 법원 신뢰도 향상을 위해 영어재판을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또 첫 영어재판 후 한국이 세계 특허허브로 발돋움할 역량을 입증했다고 보는 일부 국내 시각도 소개했다.
하지만 IAM은 영어재판이 큰 변화를 가져오기는 힘들 것으로 봤다. 특허권자가 소송을 진행할 법원을 택할 때 언어는 중요 고려요소지만 언어 자체가 결정적인 이유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법정 내 영어 사용으로 외국인이 절차를 이해하고 의견을 주고받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법원의 근본적인 공정함이나 예측가능성과는 필연적 관계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히려 외신은 손해배상액 규모나 침해금지처분 유용성 등 특허 침해 구제책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한국 시장은 중국·인도보다 작고 해외 기업의 제조 허브도 아니어서 외국인 특허권자가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종합했다.
영어재판에 회의적인 한 국내 전문가는 IAM 인터뷰에서 특허법원에 영어재판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판사가 일부에 불과해 외국인 당사자가 포함된 심리를 모두 영어로 진행하는 것은 무척 힘들고 논리적 진행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영어 변론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오판을 낳는 등 판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 전문가 의견이다.
IAM은 마지막으로 한국 기업은 해외 업체와 달리 대규모 제조시설이 자국에 있어 특허소송이 늘어나면 오히려 위협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기종 IP노믹스 기자 gjg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