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의 연구 성과는 숱한 시행착오의 결과물이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고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의미 있는 현상을 가려내고 조합하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힘든 육체 노동도 감수해야 한다. 대형 실험기기를 만지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부상과 사고의 위험도 상존한다. 전자신문은 연구자가 겪어야 하는 고충의 연구 현장을 발굴·소개한다. 결과가 아닌 연구과정을 조명해 연구자의 노력과 가치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자리잡은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의 실험실은 피와 땀이 어린 연구의 현장이다.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연구자가 자신의 피와 땀을 연구에 바친다.
연구소내 지하 2.5층에 마련된 조그마한 측정실에 들어서자 팔에 센서를 단 채 스핀바이크(실내용자전거 운동장비)의 페달을 구르는 이현재 연구위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구렛나루에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 의아해 하는 기자에게 소자의 성능을 시험하는 과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연구단의 연구 주제는 땀이나 피와 같은 체액에서 생체신호를 측정하는 유연소자다. 일부러 땀을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혈액도 연구자들에게서 공수한다고 밝혔다. 이때는 실험실내 모든 연구자들이 팔을 걷어 십시일반 피를 모은다.

“정확한 측정값을 얻기 위해서 실제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체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몸은 고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옵니다.”
물론 시료 채취는 연구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 시행착오와 고뇌, 토의, 해법 마련의 시간이 하루를 가득 메운다. 연구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더욱 많은 고민이 연구자를 괴롭힌다. 석사과정의 송용석 학생도 연구가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학창시절에는 정답이 있어 엉덩이가 무겁기만 하면 목표에 도달하지만 연구는 아닙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다 보면 '365일 중에 열흘만 성공해도 훌륭한 과학자'라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교실만한 크기의 514호 소자 제작실에서도 오늘의 실패를 발판으로 내일의 성공을 기대하는 청춘들을 만날 수 있다. 많은 학생들이 사람 키를 넘는 실험·제조 설비와 기계·배기구 소음 한복판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한 편에서는 기판에 금과 백금을 증착하는 과정이, 또 다른 곳에서는 소자를 다른 소재에 전사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조심스럽지만 일사 분란한 행동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곳이 '꿈의 공간'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대부분을 여기서 보내지만, 언젠가는 특출한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그는 “모든 연구자들은 새로운 발견과 기술 구현을 위해 수많은 날을 실패로 보낸다”면서 “하지만 이러한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