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4차 산업혁명과 여성의 감성 영향력

장혜원 IT여성기업인협회장
장혜원 IT여성기업인협회장

“사람처럼 대화할 수 있는 로봇이 가능할까.” “'전격Z작전'(나이트라이더)의 '키트'처럼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볼 수 있을까.” 어릴 적에 로봇 만화를 보면서 한 상상이 현실로 바뀌고 있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AI)의 등장, 자율주행자동차, 3D프린터,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 증기기관·대량생산·정보통신혁명 이상으로 산업뿐만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최근 정계와 학계 등에서 포럼마다, 강의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경쟁하듯 사용 및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반 기업인과 직장인들은 정확하게 이해하고 파악하기도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어떤 신산업의 물결을 파악하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를 노심초사하고 있다.

필자는 특히 여성의 강점인 공감과 감성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할 수 있고, 산업에 미치는 감성 영향력으로 새로운 기회가 제시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 연결, 지능화라는 특징을 보인다. 모든 사물을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소통하는 IoT는 엄청난 빅데이터를 생산해 낸다. 이를 자양분으로 스스로 사고하는 AI는 더욱 발전하게 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진단을 하는 AI 의사 '왓슨'이 좋은 사례다. 그러나 사물을 연결해서 유용한 정보를 선택하고 활용하는 창의성은 여전히 사람의 영역이다. 또 과거 공급자 중심으로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던 마케팅 또한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과거와 달리 소비자는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소비 대상을 스스로 결정한다.

소비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상황에서는 기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하는 역량이 중시된다. 또 타고난 감수성과 소통 능력이 있는 인재의 역할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여성의 강점이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은 서비스 제공에 대한 기술 및 물리상의 제약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3D프린터를 통해 생산 설비 없이도 원하는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 오픈마켓을 통한 판매와 드론을 활용한 배송은 유통의 시·공간 제약을 줄일 것이다.

과거의 대량 생산 인프라보다 아이디어와 창의성 기반의 1인 기업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4차 산업혁명을 성공리에 리드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융합과 공감이다.

여성은 이 영역에 강점이 있다. 게다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제약을 안고 있는 경력 단절 여성의 경제 참여 동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세계인이 사용하는 인터넷 영상전화인 스카이프와 디지털시민권으로 유명한 작은 정보기술(IT) 강국 에스토니아는 유치원부터 코딩을 의무 교육으로 지정,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을 추진했다. 부모 또는 교사로서 여성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창의력 기반의 IT 교육에 여성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IT 여성 인력은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겪은 후의 재취업 장벽이 매우 두텁고 높은 현실에서 IT 분야의 공교육 투입을 통한 사회 기여와 경력 연결 모두를 얻을 수 있는 인력 자산이기 때문에 현실에 맞는 제도 지원 또한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코앞에 와 있는 불가피한 변화다. 먼저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려 있다. IT 업계 여성 인재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이러한 시대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감성과 기술, 사람의 융합으로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해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장혜원 IT여성기업인협회장 hwjang@kibw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