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약품 연구개발(R&D) 투자지원 규모를 민간투자 2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1200조원 규모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대통령 직속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 R&D 투자지원 규모를 현행 10%에서 20%로 늘려야 한다”고 18일 밝혔다.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과 '의약주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달성한다.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다.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한 개 연매출은 10조원에 달한다. 미국 바텔(Battelle)연구소에 따르면 제약산업에서 10조원 매출은 13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국민 건강 증진과 의약주권을 도모한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당시 백신 공급 부족으로 필수의약품 국내 생산 필요성은 커졌다. 지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 가능한 백신 28종 중 국내생산은 8종으로 30%에 불과하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제약산업 육성에 실패한 필리핀 등 일부 국가는 필수 의약품을 대부분 수입해 세계 평균치보다 15배 비싼 가격으로 구입한다”면서 “경제성은 없으나 환자에 필요한 혈액제제, 백신, 위기상황을 대비한 공공기관 비축의약품 등 장기 수급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 8위 바이오테크놀로지(BT) 경쟁력을 갖춘 한국은 제약·바이오산업 분야 정부 투자는 저조하다. 정부 지원비, 투자 자금규모 절대량이 다른 선진국에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주요 국가 재원별 신약개발 연구개발비 지원 현황에 따르면 미국 정부 R&D 투자액은 34조2477억원, 일본 3조4836억원, 벨기에 1조8387억원이다. 정부 R&D 투자비중은 약 20~40%에 육박한다.
반면에 한국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 R&D 투자 비중이 8%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신성장동력인 제약바이오 육성 위해 현행 10%도 못 미치는 R&D 비중을 20%까지 늘려야 한다”면서 “개량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임상연구도 국가 지정 신성장동력기술에 포함시키고 세제혜택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0년 제약 역사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된 신약은 30개에 불과하다. 경쟁력 있는 의약품이 세계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국산 신약은 SK케미칼 '선플라주', 동아에스티 '자이데나', 보령제약 '카나브', 일양약품 '놀텍정', 한미약품 '올리타정',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를 포함 29개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는 경쟁력 있는 국산 바이오 복제의약품으로 시장에서 선점한다. 보령제약 카나브는 생산액 50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보다 28.5%가 증가했다. LG생명과학(현 LG화학)이 개발한 제미글로정은 지난해 315억원 생산액을 보여 전년 대비 60% 정도 증가했다.
일양약품 위궤양치료제 놀텍, 한미약품 폐암치료제 올리타 등 연 생산액 100억원을 넘겼다. 바이오의약품 시장도 강세다. 수출 1위 품목인 셀트리온 램시마 수출액은 전년보다 44.7%나 증가한 7377억원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고부가가치를 낳는 제약산업에 정부 관심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블록버스터급 국산 신약을 만들기 위해 정부 R&D 투자 지원을 늘리고 합리적 약가제도를 마련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