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플세미컨덕터가 불량 웨이퍼를 비싼 값에 수출했다가 되사는 수법으로 수출 실적을 허위로 부풀리는 4000억원대 무역금융 범죄를 저지르다 적발됐다.
이 회사의 코스닥 상장 추진을 믿고 투자했던 개미투자자를 비롯한 은행, 기관투자가, 거래업체가 최소 1000억원대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여 '제2의 모뉴엘 사태'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불량 웨이퍼를 정상품으로 둔갑해 수출한 것처럼 속이고 부당대출, 밀수출입을 일삼으며 회사가 위기에 처하자 회사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 한 메이플세미컨덕터 대표 박 모씨 등 3명을 관세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2008년 설립된 메이플세미컨덕터는 국내 최초로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를 상용화한 업체다. 하지만 올 1월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관세청이 파악한 무역범죄 금액은 4096억원에 달한다. 세관에 따르면 이들은 한 장당 0.5달러에 불과한 불량 웨이퍼를 250~800달러로 부풀려 2011년부터 총 294회에 걸쳐 허위 수출신고로 실적을 조작했다. 회사는 일단 홍콩 페이퍼컴퍼니로 물품을 보낸 뒤 국내 5개 은행에 허위 수출채권을 매각해 1370억원을 유용했다. 메이플세미컨덕터는 수출채권 만기가 도래하면 수출채권 매각대금으로 창고에 쌓아뒀던 불량 웨이퍼를 한 장당 67~760달러에 고가로 수입한 뒤 수입대금을 교묘히 이전해 대출금을 갚았다. 이 회사 대표 박 모 씨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법정관리 신청 하루 전에 회사 자금 23억원을 빼돌려 개인빚을 갚았다.
메이플세미컨덕터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홍보하며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손실금액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