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키워드는 '일자리'다. 구체화하면 '좋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 마련이 목표다. 일자리가 많아져야 소득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가 늘면 더 많은 일자리와 함께 내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일자리는 늘리고, 노동 시간과 비정규직은 줄이고, 고용의 질은 높이는 '늘리고 줄이고 높이는' 전략을 추구한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를 늘리는 것도 약속했다. 청년구직 지원 제도를 강화하고, 실직과 은퇴에 대비한 일자리 안정망도 함께 내세웠다.
평가는 분분하다. 대규모 공공 일자리 창출로 인한 재정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세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청년 구직의 직접 지원보다는 질 좋은 일자리 환경,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 민간 부문의 불안정한 고용 형태 등의 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공 일자리 81만개…적극 공세 과제 담아
100대 과제에는 경제 부문 과제의 핵심 축으로 일자리 창출 전략이 대거 포함됐다.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 전략 아래에만 7개 과제가 세부 공약으로 묶였다. 주요 내용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공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공공기관의 청년 고용 의무 비율 상향 △청년구직촉진수당 도입 △추가 고용장려금 신설 △일자리 창출 위한 서비스 산업 혁신 로드맵 수립 등이 골자다.

일자리위원회 설치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서둘러 진행한 국정 과제다. 청와대에 일자리수석이라는 직급도 생겼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일자리상황판이 설치돼 일찌감치 운영되고 있다. 일자리 정책 및 현황을 매일 점검한다.
수치도 구체화했다. 공공 부문 일자리 충원 로드맵으로 2022년까지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라는 적극 공세 형태의 목표를 세웠다. 이 가운데 국공립 어린이집, 국공립 요양 시설, 공공병원 등 공공보건복지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일자리는 34만개 창출이 목표다.
청년 구직 활동 지원을 위해 청년 고용 의무 비율을 현 3%에서 5%로 상향 조정하고,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정규직으로 채용 시 1명분 임금을 지원하는 '추가고용장려금 신설'도 포함됐다.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올해 서비스 산업 혁신 로드맵도 수립한다. 서비스 투자 활성화 및 서비스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 분야의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서비스 산업이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도 기반을 구축한다.
◇업계 의견 분분…“청년고용 장려책” “미봉책에 불과”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지원 정책을 놓고 업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취업 절벽인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청년 고용 장려책이라는 평가와 함께 단기간 채용 성과를 높이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매년 서너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1명분의 임금을 지원해 준다면 고용 촉진 장려책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오지 않으려는 청년을 위한 근본 인식 전환 문제가 더 시급하다”면서 “신입사원을 뽑아도 조기 퇴사하는 경우도 많다. 일자리 수나 구직지원금을 늘리기 보다 청년이 더 큰 꿈을 품고 도전할 수 있는 직업과 양질의 고용 여건 조성에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 부문 일자리 확충에 나서면서 청년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한 길에 몰리고 있다. 나랏일 하기 위한 사명감보다는 '고용 안정성'이 가장 큰 이유다. 이는 반대로 민간 노동 시장은 매우 불안정함을 말해 준다.
실제로 우리나라 민간 부문의 평균 근속 기간은 5년에 불과하다.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직장을 구해도 5년 살이밖에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부문 일자리는 노동 시장에서 '대피 시설' 성격이 짙다”면서 “민간 노동 시장은 사실상 무방비 재난 상태다. 정부가 대피소를 늘리기보단 이들 민간 시장에 대한 재난 방지책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과 관련해 주거 문제, 복지 등과 연관 지어서 종합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 기조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새 정부가 '재벌 개혁'이라는 카드로 압박한 데 따른 임시 대응책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18일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대기업에 올 하반기 기업의 신규 채용 확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하루 전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과 대기업의 '자정 자발 노력'을 강조하며 압박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직접 대기업의 일자리 현황을 체크한다는데 어떻게 눈치를 안 볼 수 있겠느냐”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