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형 상용차 시장에 중국·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국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승용차와 달리 상용차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국산·수입 상용차 시장 규모는 12만2711대로 전년 동기(11만5231대) 대비 6.5% 증가했다. 소형 상용차의 경우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노후 경유차에 대한 정부의 배출가스 규제 기준이 깐깐해지면서 중대형 상용차의 차량 교체 주기도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업체들은 높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산차가 독점해 온 소형 상용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중국 2대 자동차 회사인 둥펑자동차그룹 계열사 DFSK(둥펑쏘콘)는 올해 5월부터 국내에 소형 밴 'C35'와 0.9톤급 소형 트럭 'C31'를 출시했다.
현대차 스타렉스와 한국지엠 다마스 사이의 틈새 시장을 노리는 소형 밴 C35는 1300만~1400만원대, 포터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소형 트럭 C31은 1100만원대에 판매된다. 국산차보다 500만원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소형 밴 C35의 경우 115마력급 1.5리터 가솔린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가 탑재되며 리터당 12.4㎞의 복합 연비를 제공한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C),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 경사로밀림방지(HAS) 등 다양한 안전사양도 갖췄다.
수입사인 DFSK코리아 관계자는 “유럽 수출을 통해 검증받은 품질을 바탕으로 국내 상용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며 “현재 전국에 11곳의 대리점을 통해 판매를 개시했으며, 정비 협력업체를 통해 40곳의 정비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국 북기은상도 올해 1월 국내에 소형 상용차를 선보였다. 북기은상 수입사 중한자동차는 포터와 라보의 중간 크기인 'CK 미니트럭'과 'CK 미니밴'을 판매 중이다. 두 차종은 올해 상반기 400여대가 판매되며 국내 시장에서 중국 상용차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중한자동차 관계자는 “실제 구매자를 중심으로 국산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대등한 품질, 안전성을 갖췄다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스타렉스와 경쟁할 수 있는 승합차의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도 국내에 전기 상용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수입사 베이징모터코리아는 17일 전기 상용차 한국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인증 절차를 거쳐 연내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 상용차 업체인 이스즈도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이스즈 수입사 큐로모터스는 본사와 총판 계약을 맺고 2.5톤~3.5톤급 중형 트럭 '엘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엘프는 이스즈의 주력 모델로, 현대차 마이티가 독점하고 있는 중형 트럭 시장을 공략한다.
큐로모터스는 엘프의 인증 절차를 완료하고, 이르면 9월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1톤 트럭의 추가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용차 시장은 제품 자체의 내구성과 품질을 물론 원활한 부품 공급과 정비망을 확보해야 하는 등 승용차 시장보다 진입장벽이 높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철저한 사후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