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떠난 폭스바겐·환경부 '디젤게이트' 관련자…“누가 책임지나”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관련자 대부분이 자리를 옮겼다. 요하네스 타머 총괄 사장 등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들은 한국을 떠났고, 환경부 산하 기관 담당자들은 부서가 바뀌었다. 끝나지 않은 디젤 게이트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업계의 비난이 일고 있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사장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사장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 심리로 열린 첫 번째 공판에 피고인인 타머 사장이 재판에 불출석했다. 타머 사장은 정부에 각종 인증서를 조작한 서류를 제출한 뒤 차량을 판매한 혐의(대기환경보전법 위반)로 기소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따르면 타머 사장은 지난달 5일 출장을 목적으로 독일로 출국했다. 지난 9일 귀국할 예정이었지만 8일 돌연 건강을 이유로 귀국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달 31일을 끝으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사장에서 물러나 8월부터 독일 본사에서 근무한다. 공판 준비 과정에서 사건을 맡은 변호인단은 타머 사장이 귀국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사임계를 낸 상태다.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검찰 측은 “수사 시점에는 출국 금지를 했다가 기소하면서 풀었다”면서 “출장 등으로 출입국의 필요성이 있는 피고인으로 사유를 인정하고, 재판에 출석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요 피고인이 공판 한 달 전에 해외로 출국해 재판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파악한 것이다.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도 9월 30일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난다. 쿨 사장은 타머 사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1월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는 과거 폭스바겐그룹 인도법인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닛산 인도법인 총괄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률 관련 업무는 마커스 헬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총괄 사장이 전담하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차량 인증을 담당해 온 정부 관계자들도 대거 이동했거나 자리를 옮긴다. 디젤 게이트 당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교환연) 소장이던 김정수 박사는 지난 4월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인증모드 배출가스시험.
폭스바겐 티구안 실내인증모드 배출가스시험.

교환연 제작차인증실 업무 총괄을 맡고 있는 박용희 연구관과 운행차연구실 업무 총괄인 이태우 연구사도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차배출가스·인증 사후관리, 자동차 환경정책 지원을 담당하던 박준홍 교환연 연구사도 연구관 시험에 합격해 이동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및 업계에서는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 관련 인사들이 모두 이동하게 되면서 후속 조치와 법률 책임이 부실하게 진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형사 소송과 민사 소송 여러 건을 진행하고 있다. 소송 금액대만 수천억원에 이른다. 또 디젤 게이트 관련 차주들은 환경부를 상대로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송 당사자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짙어진 상황에서 박동훈 전 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윤효철 폭스바겐 인증 담당 이사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재판부도 난감할 것”이라면서 “교환연도 당시 인증 담당자들이 자리를 모두 떠나게 되면 디젤 게이트 사건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